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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석을 돈벌이로 둔갑시킨 사회의 민낯
차별을 돈으로 포장한 야구장의 씁쓸한 풍경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열기는 뜨겁다. 특히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매 경기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지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조명 뒤에는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바로 장애인석을 가리고 ‘특별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이익을 챙긴 한화 구단의 행태다.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이 아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람권이라는 기본권을 짓밟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최소한의 배려마저 외면한 반인권적 행위다. 야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포용과 평등을 실현해야 하는 공공적 성격을 지닌 공간임을 생각한다면, 이번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장애인석 둔갑, 드러난 구조적 모순
대전시의 현장점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층 장애인석 90석이 인조 잔디로 덮여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휠체어 접근로는 이동형 좌석이 막고 있었다. 이는 명백히 의도적인 구조 변경이었다. 나아가 구단은 이를 특별석으로 둔갑시켜 경기당 500만 원, 총 2억 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취했다. 두 차례에 걸친 시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이를 무시했고, 경찰 고발 직전에야 뒤늦게 원상복구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약자를 향한 권리 침해를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삼은 행위는 기업 윤리의 붕괴이자, 사회적 신뢰를 저버린 배임적 행위다.
장애인단체의 성토와 시민사회의 분노
대전 지역 44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한 연대는 “단순한 관리 소홀이 아니라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2억 원의 부당수익을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에 환원할 것을 요구했고, 시각 확보, 동반자석 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 실질적 개선책을 촉구했다. 시민사회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팬 단체와 KBO 감시단까지 나서 구단의 사과와 리그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쯤 되면 이는 특정 구단의 문제를 넘어 한국 스포츠계 전반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전시의회 황경아 의원은 "장애인석을 기만하며 시민도 기만하는 아주 사기 행각의 극치라고 보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구단은 횡령, 배임, 사기, 장애인 편의증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의 뒤늦은 사과, 그러나 남는 불신
한화 구단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뒤늦게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언어의 사과가 아니다. 구단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인 친화적인 구장으로 만들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이미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 시민들과 장애인단체들은 “두 차례 시정 명령을 무시하다가 고발 직전에야 복구 의사를 밝힌” 구단의 태도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사과는 ‘발각되었기 때문에 하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뼛속 깊이 새기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실천적 다짐에서 비롯된다.
스포츠의 본질은 ‘평등’이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은 존중과 배려다. 선수나 팬,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동일한 공간에서 같은 감동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야구장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장애인석은 단순한 좌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존중의 척도다. 이를 상업적 수단으로 변질시킨 이번 사건은 스포츠 정신을 근본부터 훼손한 행위다. “차별은 곧 폭력”이라는 국제 스포츠 윤리를 다시 새겨야 한다.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이번 사태는 한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무심함’이 빚어낸 결과다. 아직도 많은 공공시설과 문화시설이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문제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천되지 않는 현실, 보여주기식 복지와 형식적인 점검으로는 진정한 변화가 어렵다. 장애인석 사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책임 있는 변화와 제도 개선을
한화 구단은 구호에 그치지 말고, 부당 이득을 사회에 환원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KBO와 지자체 또한 단순한 행정 지시를 넘어 상시적 점검 체계와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장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리그 차원의 접근성 가이드라인과 포용성 강화 정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장애인단체와의 지속적 협의, 시민사회와의 투명한 소통이 동반되어야 한다.
인권 없는 수익은 공허하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면 그 이익은 공허한 모래성에 불과하다.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은 결코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한화 사태는 우리 사회 모든 기업과 기관에 던지는 경고다. 약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얻은 부당한 이익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과 불신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성찰
야구장의 장애인석은 단순한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하나의 경기를 즐기며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확인하는 자리다. 이를 돈벌이로 둔갑시킨 이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진심으로 배려하고 있는가.
한화생명 볼파크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 ‘포용과 평등의 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이제는 말뿐인 사과를 넘어 실천적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이며, 스포츠의 감동 또한 그런 사회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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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진정성, 정치의 길을 묻다
국민의 여름을 달구는 녹색 그라운드
대한민국의 여름은 언제부턴가 프로야구의 함성과 함께 시작된다. 1982년 원년 개막 이래,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민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라운드 위의 땀방울과 타구음, 응원가와 환호성은 세대와 계층을 넘어 하나로 어우러진 축제의 장을 만들어왔다.
올해 역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관람석은 연일 매진 행렬이다. 표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부지기수이고,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웃돈까지 얹어 표를 사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전국의 야구장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집계에 따르면 올 시즌 누적 관중 수는 벌써 작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시즌 종료까지 1,000만 관중 돌파도 거론된다.
프로야구는 이렇게 ‘공정한 경쟁’과 ‘열정의 승부’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매력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관중이 말한다, 야구 인기의 궤적
관련 자료들을 종합하면 1982년 원년인 출범 첫해는 140만 명대 동원, 경기당 평균 6천 명 수준이었으나, 성장기(1990년대–2000년대 초)에는 1995년 5백만 명 돌파하고 2009~2012년까지 최고 전성기 기록했다. 코로나 충격과 회복기인 2020~21년에는 급락 후에 2023년 다시 급반등하여 전체 프로스포츠 관중 51% 증가 중 야구 31.5%를 차지했다. 2025년 최근에는 전반기에만 700만 관중 돌파하고 경기당 평균 17,266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고 그 행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데이터가 전하는 메시지는 첫째 팬들의 사랑은 경기장에서 증명된다는 사실이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프로야구는 계속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며 축적된 문화 콘텐츠로 성장해 온 원동력이 되었다. 두 번째는 정치와 대비되는 공정한 시스템이다. 팬들은 결과와 과정 모두를 존중하고, 실패에도 재도전의 열망을 보인다. 이는 프로야구가 지닌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시대적 열기와 미래 정치의 교훈이다. 야구장은 팬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직하고 규칙적인 경기를 펼치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정치가 본받아야 할 정신이며 국민이 바라는 자세’라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하고 있다.
정치, 그라운드의 정신을 잃다
그러나 야구장 밖으로 눈을 돌리면, 그라운드의 정신과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은 여전히 변법과 음모,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 권력의 그늘 속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이권, 국민의 눈을 가리는 왜곡된 여론전, 정정당당함 대신 정치공학적 계산이 지배하는 의사결정. 이 속에서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프로야구에서는 판정이 오심이면 곧바로 비디오 판독으로 바로잡히지만, 정치판에서는 명백한 잘못도 책임을 지는 이는 드물다. 그라운드에서는 규칙을 어기면 곧바로 퇴장하지만, 정치에서는 규칙 위반조차 해석과 변명으로 덮여버린다. 이 차이가 바로 국민의 환호와 외면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원년의 기억, 초심의 상징
1982년,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의 열기 속에서 프로야구라는 새로운 축제를 시작했다. 동대문야구장과 잠실야구장에서 울려 퍼진 첫 플레이볼의 함성은 단순한 경기 개막이 아니었다. 그때의 선수들은 승패 이전에 ‘야구를 한다’라는 자부심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초창기 구단 운영은 미숙했고 시설도 열악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오직 승부와 명예만이 존재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의 길을 걸으며 국민이 바랐던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원칙과 진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은 ‘초심’을 잃고 권력 유지와 세력 확장에만 몰두하게 됐다. 프로야구 원년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그 초심이 변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함이 만드는 신뢰
야구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정함’이다. 심판의 판정은 비디오 판독으로 검증할 수 있으며, 승부조작은 엄격한 처벌로 뿌리 뽑으려 한다. 규칙 위반이 발각되면 스타 선수라도 예외 없이 징계를 받는다. 팬들은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기에 경기 결과를 믿을 수 있고, 패배에도 승복할 수 있다.
정치는 이와 반대로 간다. 여론조사 조작, 부당한 입법 절차, 제 식구 감싸기. 국민이 믿고 싶은 ‘판정 시스템’이 부재하다. 스스로를 견제하는 내부의 룰이 없다면, 그 정치판은 이미 게임의 규칙을 잃은 ‘무법지대’가 된다.
승패를 인정하는 용기
야구에서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승패를 인정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일이 드물다. 선거 패배는 곧바로 책임 공방과 분열로 이어지고, 정권 교체 후에는 전 정권을 향한 보복 정치가 반복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정책의 연속성과 국가의 비전이 사라지고, 정치는 끝없는 ‘복수극’이 된다. 팬들은 패배한 팀을 향해 “다음에 잘하자”라고 격려하지만, 국민은 정치권에 더 이상 그런 격려를 보내지 않는다. 승복과 재도전의 용기를 잃은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
정치가 야구에서 배워야 할 것
정치가 야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많다. 첫째,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집행이다. 정치에서도 룰 위반에는 예외 없는 처벌이 필요하다. 둘째, 성과보다 과정의 정직성이다. 정치 과정이 투명해야 국민이 결과를 받아들인다. 셋째,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는 문화다. 이는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된다. 야구는 해마다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지만, 정치판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정치 구조 속에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새로운 정치 시즌을 위하여
올해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기는 그라운드 밖의 정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쪽은 매진 행렬 속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고, 다른 한쪽은 분열과 냉소 속에서 국민을 갈라놓는다. 정치는 더 이상 변명과 음모로 국민의 시선을 속일 수 없다.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치 1982년 원년의 선수들이 그랬듯,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야구의 한 경기는 9회로 끝나지만, 정치의 경기는 국민이 심판하는 한 계속된다. 그 심판이 최종적으로 내릴 판정은, 지금 정치가 어떤 플레이를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결론 – 정치의 ‘홈런’을 기다린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관중석은 숨을 죽인다. 그 순간의 한 방이 팀의 운명을 바꾸듯, 정치에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의 홈런’이 필요하다. 국민은 완벽한 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정직하게 뛰고, 규칙을 지키며, 승패를 인정할 줄 아는 지도자를 원한다. 그게 야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삶의 태도이며,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제 정치가 이율배반과 표리부동한 허상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정정당당한 그라운드의 정신을 품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때다. 국민은 여전히 그 첫 번째 ‘정치의 홈런’을 기다리고 있다.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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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 맞는 첫 지방선거, 민심의 바람이 분다
임기 말, 시계 초침은 빠르게 움직인다
2025년 8월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장과 시군구 의원들의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중앙정치의 변화가 그대로 지방정치에 투영될 수밖에 없다.
시·군·구청장, 광역·기초의원 등 지방 권력의 주인들이 지난 3년간 어떤 성적표를 받아왔는지, 주민들은 이미 조용히 매기고 있다. 임기 초의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민생 현장에서 주민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공약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는지가 냉정하게 평가될 것이다.
물밑에서 꿈틀대는 내년 준비
표면적으로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현장은 다르다. 이미 물밑에서는 자천타천의 인물들이 내년을 겨냥한 행보를 시작했다. 지역의 행사장과 주민 모임에 얼굴을 비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강화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의 ‘프리캠페인’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선거는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권 교체로 인한 정치 환경 변화가 그 배경이며, 지역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도전장을 내밀 채비를 하고 있다.
예산 낭비와 불협화음, 주민 분노의 불씨
주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대목 중 하나는 ‘세금 사용’이다. 불필요한 축제, 보여주기식 행사,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수억,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현실은 주민들의 불신을 키워왔다.
특히 올해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내부 갈등과 불협화음이 공론화되며 행정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공약 이행률이 저조하거나, 집행부와 의회가 정쟁에 몰두해 지역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 교체와 선거 지형의 변화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정권 교체 이후 첫 지방선거’라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국정 운영 성과와 방향이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 직후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현 정권의 초기 성과와 정책에 대한 평가도 병행된다. 이에 따라 여당은 국정 성과를 앞세운 안정론을, 야당은 현 정권의 미흡함을 부각하며 견제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구도는 전국 곳곳에서 ‘바람’과 ‘역풍’을 동시에 몰고 올 것이다.
주민 심판론의 확산
주민들은 단순히 중앙정치 구도에 휘둘리지 않는다. 지난 3년간 피부로 느낀 변화, 생활 속 불편, 정책의 실효성이 투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지역의 도로, 상하수도, 복지, 교육, 일자리 창출 등 생활형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가 중요하며, 예산 낭비와 특혜 의혹, 공직 기강 해이 등은 ‘심판 명분’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 현직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주민들은 ‘이제는 교체할 때’라는 생각을 굳히는 경우도 많다.
돌풍의 조건
내년 선거가 ‘돌풍’으로 기록될지 여부는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 신인 정치인의 등판이다. 지역 기반은 약하지만 참신한 이미지와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가진 인물이 등장할 경우, 구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둘째, 연합 구도의 형성이다. 지역의 정치세력 재편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전국적 이슈와의 결합이다. 물가, 부동산, 교육, 환경 등 전국적 현안이 지역 민심과 맞물리면 표심의 이동 폭이 커진다.
정치의 본질은 ‘주민 행복’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하부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정치이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이 원칙을 잊는다.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장밋빛 공약과 보여주기식 행정은 주민 신뢰를 갉아먹는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유지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있다. 공약은 구호가 아니라 계약이며, 임기 동안 지켜야 할 약속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 단순한 진리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가 던질 메시지
만약 내년 선거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현실화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지방정치 문화의 변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반대로 현직이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성과와 신뢰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어느 쪽이든 내년 선거는 지방정치의 새로운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유권자의 깨어있는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주인공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변화는 더디고, 기득권은 공고해진다. 내년 6월 3일, 한 표의 가치는 단순한 정치 선택이 아니라 우리 마을과 도시, 그리고 생활의 변화를 결정하는 힘이다.
지방정치는 멀리 있는 권력이 아니라, 골목길 조명 하나, 버스 노선 하나를 바꾸는 실질적 권력이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깨어있는 선택이 곧 지역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맺으며 – 변화의 바람을 준비하라
2026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내년 6월의 지방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주민의 심판과 선택이 동시에 작동하는 날이며,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냉정한 성적표가 주어지는 날이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 불협화음, 미완의 공약이 심판받을 것이고,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성실히 일한 정치인은 보상받을 것이다.
정치는 결코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다. 주민의 삶이 곧 정치이고, 정치의 품격은 주민의 품격에서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가 돌풍이 될지, 변화의 서막이 될지는 오직 주민의 손에 달려 있다.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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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전 국민 소비쿠폰, 기대 속에 시작되다
지난 7월 21일부터 본격 지급된 전 국민 대상 ‘민생지원 소비쿠폰’은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민생 회복 정책의 핵심축이다. 비수도권 3만 원과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5만 원이 추가 가산되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1인당 최대 55만 원이 지급된다, 무려 총 13조 9천억 원이라는 전례 없는 예산이 투입된 이 정책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 여력을 키워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목적 아래 시작됐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이 주어지며 생계안정과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일부 마트, 프랜차이즈 직영점, 편의점 등은 쿠폰을 활용하는 젊은 층의 발길이 늘며 빠르게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 홍대, 대전 유성의 장대동 먹자골목 등은 주말마다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며 ‘소비쿠폰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직영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쿠폰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젊은 층의 이용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편중된 소비 효과, 재래시장은 외면당하다
그러나 소비쿠폰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는 말과 달리, 그 실질적 효과는 모든 시장에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기대한 재래시장, 전통시장, 영세상점들의 회복세는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대전 중앙시장, 대구 서문시장, 서울 망원시장 등 일부 시장 상인들은 “쿠폰 쓴다는 손님은 많지 않고, 정작 현금이나 카드만 고집하는 기존 단골도 줄어들었다”라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소비쿠폰의 사용처에 대한 홍보 부족, 사용 편의성의 차이, 그리고 중장년층 고객층 중심의 재래시장 특성과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대부분의 재래시장 상점은 POS 시스템이나 키오스크·테이블 오더 등이 없거나 결제방식이 단순해 모바일 기반 소비쿠폰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일부 영세상인은 QR코드 결제조차 익숙지 않아 ‘쿠폰 받고도 쓸 데가 없다’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소비 양극화 현실화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의 상대적 소외는 단지 결제 인프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소비패턴 자체가 프랜차이즈 중심, 젊은 층 중심, 도심 상권 중심으로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주말이면 대전 유성구 장대동 일대 주점과 식당가엔 젊은 인파가 몰려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였지만, 그 바로 옆 전통시장 구역은 여전히 한산한 풍경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도 본사 직영점과 가맹점 사이에 매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술과 제도에 친화적인 업종만이 소비쿠폰 효과를 누리고, 취약한 상권과 낙후된 상점들은 오히려 체감도 없이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쿠폰의 본질, 정책 목적과 괴리
소비쿠폰 정책은 단순한 소비 촉진이 아니다. 본래의 의도는 서민경제 회복과 골목상권 지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소비 흐름을 보면 본래 정책 목적과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자치단체가 대형마트나 브랜드 매장에서도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한 것은 의도치 않게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은 “우리는 쿠폰 혜택 대상도 아니고, 손님도 늘지 않는다”라며 되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정책 설계 초기 단계에서의 섬세한 소비 동선 분석, 대상별 구체화가 부족했음을 드러낸다.
소비쿠폰 정책의 허점과 맹점들
먼저 홍보 부족이다. 쿠폰 사용처, 신청 방법, 제약 조건 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제 사용률이 낮은 계층이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과 정보 취약계층은 정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다음은 사용처 제한이 불명확하다. 가맹점 등록이 안 된 영세상점은 쿠폰을 받을 수 없어 정책에서 소외된다. 이외에도 결제 인프라 격차가 크다. 모바일 기반 결제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시장 상인들이 많아, 소비자와 상인의 인식 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 편차가 드러나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상권은 수혜가 집중되고, 농촌 및 소도시는 정책 실감도가 낮다.
진짜 소비진작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쿠폰 사용 가맹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QR결제, 모바일 결제 교육 및 장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쿠폰 사용처에 대한 지역별 상한선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즉, 일정 비율은 전통시장·소상공인 업소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셋째, 쿠폰 사용 후 인센티브 제공 방식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 사용 시에는 추가 포인트 제공 등의 보상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 유인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쿠폰 이외에도 영세상인을 위한 임대료 지원, 세금 감면 등 정책적 연계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단발성 소비 진작만으로는 소상공인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정책은 늘 숫자보다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소비쿠폰 정책이 단지 통계상 ‘소비 증가율’만을 목표로 한다면, 그 효과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비가 누구에게 가고 있는가, 어디서 소비되고 있는가, 어떤 경제 층이 그 혜택을 체감하는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다.
특히 이번 소비쿠폰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민생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적과 효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으려면, 정책의 설계부터 실행, 사후 보완까지 정치적 의도보다 국민 체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민생의 온도는 재래시장에서 드러난다
진정한 민생은 정부의 탁상이 아닌 전통시장 골목길에서, 식당 주방에서, 작은 편의점 카운터에서 체감된다. 소비쿠폰은 그 민생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중심을 더 작고 약한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소비쿠폰은 ‘돈을 뿌리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정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202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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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 물에 잠기다
기록적 폭우가 덮친 한반도… ‘기후재난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
2025년 7월, 대한민국은 다시금 자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예측을 비웃듯 폭염 뒤에 폭우는 불시에 몰아쳤다. 충남 서산, 광주광역시, 서울 강남과 동작, 중랑 일대까지 전국 곳곳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기상청도 감지하지 못한 짧고 굵은 ‘기습 폭우’는 하늘이 쏟아붓는 물 폭탄이었다. 도로는 강이 되었고, 댐과 하천 주변 주택과 농경지는 물바다를 이뤘다.
충남 서산에서는 1시간에 13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하룻밤 사이에 쏟아지며 도로와 주택 수십 채가 침수됐다. 광주광역시는 24시간 동안 300mm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광주천이 범람 위기를 넘나들며 일부 주민들은 새벽 대피령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주요 도로와 하천이 잠기면서 도심 기능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가 낸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과 소방청에 따르면 20일 오전 5시 기준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사망 10명, 실종 9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사망자는 경기 오산 1명, 충남 서산 2명, 충남 당진 1명, 경남 산청 6명이었다. 실종자는 광주 북구에서 2명, 산청에서 7명이다. 시설피해도 늘어 도로 침수와 토사유실, 하천시설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가 1천920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가 2천234건이고, 대피 주민은 14개 시도, 86개 시군에서 9천504세대, 1만2천9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6일부터 20일 오전 5시까지 지역별 총 누적강수량은 산청(시천) 793.5㎜, 합천(삼가) 699㎜, 하동(화개) 621.5㎜, 창녕(도천) 600㎜ 함안 584.5㎜ 충남 서산 578.3㎜ 전남 담양(봉산) 552.5㎜ 등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기후재난 ‘안전지대’는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기후변화가 만든 재난이며 곧 ‘기후재난 국가’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라는 점을 뚜렷이 보여줬다.
폭우는 평등하지만, 피해는 불평등하다
폭우는 하늘에서 골고루 내렸지만, 피해는 그렇지 않았다. 충남 논산의 저지대 마을은 하천이 넘치며 순식간에 수십 가구가 고립됐다. 전북 정읍의 노후 주택가는 배수로가 막혀 복구 작업조차 어려웠고, 광주의 하천 인근 주택가와 논밭은 아예 사라질 듯 물에 잠겼다.
도시와 농촌, 부유층과 서민층 간 격차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사설경비와 고도화된 배수 시스템으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반지하 주거지에 사는 시민들은 집안 가득 찬 흙탕물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재난은 예외 없이 오지만,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농촌은 이동성 부족과 정보 격차로 피해가 더욱 극심하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불평등한 재난구조’라는 사회적 문제로 직결된다.
농촌 기반이 무너지는 ‘식량 위기’의 전조
충남 부여, 경북 의성, 전남 나주 등 대표적인 농산물 생산지역은 사실상 초토화됐다. 벼는 잠기고, 과일은 떨어졌으며, 비닐하우스는 찢기고 무너졌다. 일 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논두렁 앞에서 “복구할 인력도, 돈도 없다”라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농촌의 피해는 단지 농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식량 자급률 저하, 물가 상승, 유통 불안정, 도시민의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 리스크’로 확대된다. 농촌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밥상이 위협받는다는 뜻이며, 이는 국가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흔드는 사안이다.
서울조차 무너진 도시 인프라의 민낯
“서울은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은 이번 폭우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교통이 통제됐다. 반지하가구 등 침수·재해 취약가구의 대피와 탈출 러시가 이뤄지고, 청계천과 안양천 등 29곳이 침수 우려로 통제됐다. 일부 지역은 배수 지연으로 주민들이 밤새 물을 퍼내야 했다.
서울의 배수 시스템은 ‘100년 빈도’의 강우에 맞춰 설계됐지만, 현실의 기후는 이를 초과하는 ‘200년 빈도’ 이상의 강우를 쏟아붓고 있다. 지하 공간, 고밀도 주거지역, 대중교통 중심의 인프라가 이번 수해 앞에 무력화되면서, 단순 보완이 아닌 ‘도시구조의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
정부의 대응은 또 늦었고, 또 미흡했다
기상청은 예보했고, 언론은 경고했지만, 실제 피해 예방은 실패했다. 서울 일부 주민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충남 일부 지자체는 비가 다 쏟아지고 나서야 하천 범람을 알렸다. 관공서가 연락이 끊기자 마을 방송을 통해 서로 구조를 요청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대응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질적 지원과 현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매뉴얼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고, 컨트롤타워는 있었지만, 현장을 통제하지 못했다. 홍보보다 행동이 필요하고, 대응보다 예방이 먼저임을 보여준 참담한 사례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방송도 뉴스 특보만 있을 뿐 과거에 태풍이나 장마철에 보았던 24시간 재난방송은 실종돼 엄청난 재난에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절망 속에서 빛난 국민의 연대
그런데도 국민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았다. 진흙으로 들어간 자원봉사자들, 각지에서 달려온 군 장병들, 손수 식사를 준비해 나른 마을 주민들, 이름 없이 지원금을 보내온 기업들까지…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은 결국 국민의 연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같은 민간의 자발성도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원봉사자 등록과 관리 시스템 정비, 민간 후원에 대한 세제 감면 확대, NGO와의 협력체계 구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힘은 소중하지만, 정부가 이 힘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매번 “의지에만 기댄 복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후재난 국가’로의 구조적 전환, 더는 미룰 수 없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사계절의 나라’가 아닌, 기후재난이 일상이 된 국가다. 따라서 재난 대응 전략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재난 이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선제적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후 위험지역 전수조사와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위험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 및 이주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에는 기후피해에 특화된 보험제도를 확대하고 복구 기금을 신설하는 한편, 실제 피해에 맞춘 현실적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도시 인프라는 빗물 저장, 침수 방지 등 그린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며, 지하 저류지 확충, 도시공원과 빗물 숲의 복원 등을 통해 도심 공간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컨트롤 타워의 일원화와 디지털 기반의 예측·대응 시스템 구축이다. AI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과 신속한 대피 경보체계 도입은 더는 미래가 아닌 지금 필요한 선택이다.
자연 앞에 겸허하되, 결코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
이번 수해는 대한민국에 크나큰 경고장을 던졌다. 기후위기는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 자연 앞에 겸허하되, 대응은 더욱 강력해야 한다. 정부는 구조적 개혁에 착수하고, 국민은 일상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 역시 정쟁보다 ‘재난 극복’에 방점을 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25년 7월, 물에 잠긴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있다. 이제는 진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이 ‘기후재난 대응 국가’로 가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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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횡설수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산에서 골짜기로, 시내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흘러가는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파괴하기보다는 넘어가고 넘을 수 없으면 부드럽게 돌아가 종래에는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많이 모인다.
물은 그 아래를 들여다보면 낮은 데도 있고 깊은 데도 있고 온갖 것들이 그 아래서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으나 수면은 언제나 수평을 이룬다.
물이 한꺼번에 많아져 급류를 이루면 수면이 높고 거칠어지는 것이 마치 인간 속의 뭔가가 넘쳐 화를 참지 못하고 밖으로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이 높이 보여 자신만 낮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물이 너무 많아 흘러넘쳐 주위를 휩쓸어 버리는 것은 좁은 마음에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해코지를 하려거나 내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든 낮은 데로 흘러 수평을 유지하려는 물의 속성처럼 우리네 마음도 물을 닮으려고 애써 노력하면 겸손과 평정의 유지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닿지 않는 곳, 미치지 않는 곳 없이 어디든지 간다. 때로는 살랑거리는 미풍(微風)으로, 때로는 휘몰아치는 폭풍(暴風)으로 간다.
봄날의 미풍은 마치 기분이 좋을 때 얼굴에 저절로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과 같고, 일한 후의 땀을 식혀 주는 여름철의 시원한 바람은 호탕한 웃음 같고 속 좁은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하는 어른의 고언(苦言) 같기도 하고 사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팔등신 미녀 같기도 하다.
겨울바람은 마치 냉소나 비웃음 같다. 삭풍이 나뭇잎을 떨구거나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냉소나 비웃음은 우리네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고 따뜻하던 마음을 차갑게 식히기도 한다. 하지만 삭풍도 언젠가는 잦아들듯이 냉소(冷笑)나 비웃음을 뒤로하고 여유로운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나와 이웃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
바다는 육대주(六大洲)에서 밤낮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을 모두 받아들여도 넘치지 않는다. 사람도 마음을 바다처럼 넓게 가지면 다툴 일이 없을 것이다.
스위스는 지정학적 위치와 자연환경, 지나온 역사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하겠다. 스위스의 인구는 880만 명이고 면적은 남한의 40% 정도이니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한 정도의 크기이다. 그리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이다. 지하자원도 없는 무자원 국가여서 우리처럼 유일한 자원이 사람뿐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4개국에 둘러싸여 늘 외세에 시달리며 지내왔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가파른 산비탈에 목초를 키워 소를 길러 우유와 치즈로 겨우겨우 살았다. 그래서 아낙네들은 집을 지키고 사내들은 외국에 용병으로 나가 목숨을 담보로 외화를 벌어야 했었다. 그래서 스위스는 자신들의 역사를 “생존을 위하여 피를 수출하였다.”라고 쓰고 있다. 어려웠던 지난 역사를 후손들이 잊지 말자는 다짐일 것이다.
스위스(Suisse)의 산업을 일으킨 것은 시계 산업과 섬유 산업이다.
오늘날 스위스라고 하면 관광과 기술이다. 그들은 쓸모없는 가파른 산을 관광자원화하고, 영국에서 방직기계를 수입해서 스스로 방직기를 만들었으며, 방직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을 만들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기계산업을 발전시켜 스위스 기계제품 하나하나를 명품 브랜드(brand)로 만들었다.
지난날 유럽의 최빈국(最貧國)에서 오늘날 유럽의 최부국(最富國)으로 발돋움한 스위스로부터 우리나라는 배워야 한다.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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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웃음과 취업
인간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면서부터 웃기 시작한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도 본능적으로 웃을 줄 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다지 많이 웃지 않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일생을 80세로 볼 때 26년은 잠을 자고 21년은 일을 하지만 웃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2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생 동안 만 하루도 웃지 않는다니 인간이 왜 그렇게 웃음에 인색한지 모르겠다.
웃음은 영약이라고 한다. 사람이 크게 한번 웃으면 몸속의 근육 650개 중 231개 근육이 움직여 목․가슴․복부근육이 강해지고, 웃음은 1분 동안 실컷 웃기만 해도 10분 동안 에어로빅이나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0~15분 동안 웃으면 약 50 칼로리가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은 혈압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트레스호르몬 수치도 낮춰준다고 한다.
웃음은 호흡기 감염도 줄여준다고 한다. 웃음은 폐를 최대한 가동시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폐는 위쪽의 1/3만 사용돼 몸으로 흡수되는 산소의 양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웃으면 폐 전체를 사용해 더 깊은 호흡을 하기 때문에 몸을 깨끗이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웃음은 또 1천억 개에 달하는 뇌세포를 자극해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것이다.
유머가 섞인 강의나 대화가 잘 기억되는 것도 자주 웃어서다. 웃음은 전염성이 강해 내가 웃으면 주변 사람이 웃게 된다. 성격장애․불안증․우울증 등도 자주 웃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 많이 개선된다고 한다. 웃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웃으면 복이 온다는 것이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서 쉽게 병에 걸리지 않지만, 우울한 사람은 면역력이 약해서 한심할 정도로 쉽게 병에 걸린다고 한다. 웃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늘 웃으며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뇌는 거짓 웃음도 진짜 웃음과 똑같이 인지해 억지로 웃어도 90%는 웃겨서 웃을 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웃을 일이 있을 때는 일부러 더 크게, 더 오랫동안 온몸으로 웃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꾸 의식하다 보면 크게 웃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크게 소리를 내면서 웃으면 빙그레 미소를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소한 일에 웃음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정신건강은 그 만큼 피폐해진다. 신체건강은 운동과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신건강은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행복(幸福)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억지로라도 자주 웃는 것이 건강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취업은 의사나 판검사가 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기업에 취업하면 최선이고, 사무관(5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교사로 취업하거나 중견기업에 취업하면 차선이며, 9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순경으로 취업해도 선망의 대상이다.
■ 참고 사항
1. 대통령 연봉(2025년) : 2억6천258만1천원
2. 의사 연봉(2022년, 전공의 제외) : 3억100만원
3. 의사 연봉(2025년 전문의) : 4억원 이상(추정액)
4. 판사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3,536,500원
5. 검사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3,536,500원
6. 사무관(5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799천원
7. 교사(기본급, 9호봉(일반직 공무원 1호봉), 2025년) : 2,366천원
8. 주사(6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309천원
9. 9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001천원
10. 순경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001천원
11. 경위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353천원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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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그리움과 자식농사
기분이 좋을 땐 훨씬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세상을 맑고 고운 눈으로 바라보면 아름답게 비춰지는 것이기에 사물을 욕심 없이 바라본다면 세상은 아름다운 빛깔로 젖어든다.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맑을 때 계절이 바뀌고, 새롭게 다가올 때나 나뭇잎이 예쁘게 물들 때 그리움은 안식에서 깨어나고 우리들은 곧잘 지난날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젖어 들게 된다. 그래서 어딘가 그리운 대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침은 밝아오고 세상(世上)은 한결 의미(意味)가 있다.
인간(人間)은 누구나 가슴속에 채우지 못한 빈터가 있고, 또 채우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그리움도 있게 마련일 게다.
때로는 맑은 마음 한끝을 끌어내어 세상을 바라본다면 누군가가 찾아온 듯 때 묻지 않은 대상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이 곧 그리움이다.
유유히 떠도는 파아란 하늘,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그곳에 마음을 살며시 실어 보내고, 풀 내음을 맡으며 행복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도 있을 게다. 그래서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지난날의 그리움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간다.
그리움이란 마음 안에 있는 간절(懇切)한 소망(所望)과도 같다. 그리움의 대상(對象)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리움을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일수록 그의 인품(人品)은 깊은 강물처럼 은은(隱隱)하고 맑고 향기로운 멋을 풍길 게다.
사람들은 좋지 못한 추억(追憶)을 더듬으면서 행복(幸福)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나온 기억 속에서 한 토막의 아름다운 사연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면서 소중(所重)하게 간직하고 가다가 꺼내 보며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해 혼자만이 생각하며 은밀하게 걸어가는 길은 아닐까. 아니면 바닥까지 투명하게 비춰주는 강물일지도 모른다. 그 강물 속으로 하나의 색깔이 침투되어 간다면 은은하고 아련한 빛깔이 되어 흐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지난 일들을 생각하고 정들었던 사람들, 잊지 못할 장소, 멀어져만 가는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들을 꺼내 보며 깊은 감회에 젖어드는 것일 게다.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가는 그리움이 있어 삶의 의미가 커져간다면 얼마나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사는 것일까. 세월(歲月)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기억들은 마음 안에 쌓여만 가고 가다가 꺼내 볼 땐 눈시울도 적시리라.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움은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들은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마음의 문(門)을 활짝 열어놓고 그리워해 본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무엇이든 푸른 하늘을 여한(餘恨) 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자. 삶의 아픔을 풀어낼 수 있는 하늘 아래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함께 살고 있는 우리가 있음을 행복(幸福)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자식 대학 졸업시켜 의사나 판검사가 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기업에 취업하면 최선이고, 사무관(5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교사로 취업하거나 중견기업에 취업하면 차선이며, 9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순경으로 취업해도 선망의 대상이다.
■ 참고 사항
1. 대통령 연봉(2025년) : 2억6천258만1천원
2. 의사 연봉(2022년, 전공의 제외) : 3억100만원
3. 의사 연봉(2025년 전문의) : 4억원 이상(추정액)
4. 판사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3,536,500원
5. 검사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3,536,500원
6. 사무관(5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799천원
7. 교사(기본급, 9호봉(일반직 공무원 1호봉), 2025년) : 2,366천원
8. 주사(6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309천원
9. 9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001천원
10. 순경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001천원
11. 경위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353천원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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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한 장이 바꾸는 민생의 온도
7월 2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시대 개막
오는 7월 21일부터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지급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전국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 쿠폰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보편적 소비지원책으로,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는 1인당 25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다 비수도권거주자 3만 원과 농어촌 인구 감소 지역 거주자 5만 원이 각각 더 지원된다. 지원 방식은 지역사랑상품권, 모바일 전통시장 상품권,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충전, 지역 간접 결제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지급 방식과 활용 범위에서 일정한 제한이 따르긴 하지만,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일회성 현금 지급과는 차별화되는 ‘소비유도형 쿠폰’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가는 재정을 투입했고, 국민은 기대와 회의가 뒤섞인 눈으로 이 정책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민의 삶을 실제로 보듬고, 침체된 내수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소비 진작 효과,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정부가 이번 소비 쿠폰 정책에 거는 기대는 명확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나아가 경기 회복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쿠폰의 사용처를 전통시장·동네 상권·소상공인 매장으로 국한해 실질적인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그러나 소비심리는 단기간의 인센티브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는 심리이자 전망이며, 국민은 지금 당장의 지출보다 내일의 불확실성을 먼저 계산한다. 이미 코로나19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 지원금에서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지만, 매출 증가는 한두 달의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일시적 지출 증가는 가능하겠지만, 지속 가능한 소비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소비자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플랫폼이나 가맹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쿠폰의 효용성 자체를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소비 쿠폰이 진정한 소비유도책이 되려면 ‘편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국민 체감 효과와 심리적 위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쿠폰은 단지 돈이 아니라 메시지다. 정부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위로와 연대의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정부의 의도는 ‘심리적 체감 효과’에 있다.
그러나 실제 국민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한쪽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단기적 소비 쿠폰보다 상시 복지정책이 더 절실하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맙다”라는 긍정적 반응도 존재한다.
정부가 성공적인 체감 정책을 원한다면, 단지 지급금의 액수가 아니라 ‘타이밍’과 ‘공정성’, 그리고 ‘정보의 접근성’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동일한 지원을 받는 방식이 과연 형평에 맞는지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정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게는 단순한 쿠폰보다 현금성 유동성 지원이 훨씬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소득 계층별 맞춤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통계가 말하는 현실: 냉정한 수치 속 정책의 무게
소비 쿠폰 정책은 “경제가 위기다”라는 정부의 자백이기도 하다. 통계는 그 위기를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예측치는 연간 2.0% 내외로 수렴되고 있다. 물가 불안은 다소 완화되는 추세지만, 서민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공공요금과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 이하 가계의 소비 여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은행과 주요 민간 기관들이 발표한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2.1% 수준이다. 이는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며, 내수 주도의 경제성장에는 분명한 제약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추진되는 소비 쿠폰 정책은 ‘불황형 부양책’의 성격을 분명히 띠고 있다. 단발성 쿠폰 지급으로는 근본적인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효과는 불투명하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위해 정부는 13.9조 원의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복지 예산 총액 249조 원의 약 5.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문제는 이처럼 큰 재정 투입이 과연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보편 지급은 행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소득 역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소득층은 쿠폰을 생활비가 아닌 사치성 소비로 전환하거나 심지어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반면, 저소득층은 쿠폰에 의존하게 되면서 소비의 왜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쿠폰 이후의 대책이다. 일시적 지원은 분명 국민을 위로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민생 개혁 없이는 근본적 회복이 어렵다. 경제는 예산보다 신뢰로 움직이고, 쿠폰보다 미래를 향한 청사진으로 살아난다.
진짜 민생은 무엇으로 회복되는가?
정책의 본질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효과’에 있다. 쿠폰을 받은 국민이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지갑을 열 수 있으려면 근본적인 경제정책과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 자영업 회생, 주거 안정 등 복합적인 민생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번 소비 쿠폰은 한 장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더욱이 중장기적 경제 전략 없이 반복되는 소비 쿠폰 정책은 오히려 ‘정책 중독’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민은 국가가 일시적으로 돈을 푸는 것보다,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에 더 큰 신뢰를 보낸다.
경제를 살리는 것은 쿠폰이 아니라 신뢰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분명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도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에게, 당장의 작은 숨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생정책은 구조개혁과 장기 비전에서 나와야 한다. 소비 쿠폰이 국민을 위로하는 한 장의 메시지라면, 그 뒤를 잇는 정책은 신뢰의 약속이 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소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내일’이다. 국민은 돈보다 믿음을 원한다. 쿠폰 한 장보다 소중한 것은, 내 삶을 바꿔줄 내일에 대한 희망이다. 이 정책이 그 희망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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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신고 처리법’ 시행 1년, 시민들의 관심 필요
경찰청은 112경찰활동의 법적 권한과 책임규정, 범죄와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112신고의운영및처리에관한법률(이하 ‘112신고 처리법’)을 2024. 7. 3.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행을 한 지 1년이 경과하였지만 아직 거짓신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처벌규정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112신고처리법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거짓신고) 누구든지 범죄나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 112신고를 하거나 이를 거짓으로 꾸며 112신고를 하면 아니 된다.
둘째, (긴급조치) 112신고 처리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급박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타인의 토지·건물·배·차에 긴급출입, 타인의 토지·건물·물건 등에 대한 일시사용, 사용의 제한 또는 처분할 수 있다.
셋째, (피난명령) 112신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해·재난·범죄 또는 그 밖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여 사람의 생명·신체를 위험하게 할 것으로 인정될 때 일정한 구역에 있는 사람을 그 구역 밖으로 피난명령 할 수 있다.
위반시 과태료 규정이 있으며, 112거짓신고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정당한 사유 없이 긴급조치 거부 또는 방해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 피난명령 위반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에서는 112신고 처리법 시행으로 당당한 법 집행과 적극적 경찰 활동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도 경찰 업무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해 본다.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