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다툼 속에 사라진 민생 —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6·3 지방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정치는 아픈 자화상을 드러내고 있다. 대전과 충남의 통합 논의는 지역민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가 분란만 남긴 채 원점으로 돌아갔다. 광역 행정의 미래를 설계한다던 거창한 청사진은 사라지고, 정치적 계산과 갈등의 잔해만 남아 있다. 주민들이 기다린 것은 삶을 바꿀 비전이었건만, 돌아온 것은 피로와 실망뿐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부 권력 다툼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정치권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민은 비전과 정책을 기대하지만, 정치권이 보여주는 것은 자리 싸움뿐이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진영 논리만 남았으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서 지역의 미래를 논하는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반복되는 철새 정치의 현실과 식상함
더 뼈아픈 현실이 있다. 선거가 반복될수록 등장하는 인물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년마다 익숙한 얼굴들이 새로운 약속을 들고 나타나지만, 결과는 대개 비슷하다. 주민을 향한 헌신보다 정치적 생존을 위한 몸짓이 더 크게 눈에 띈다. '철새 정치'라는 비판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것은, 그 비판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닌 정치인들의 향연으로 보이기 시작한 순간,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신뢰 위에 선다. 그런데 지금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 점점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다. 반복된 배신이 쌓여 형성된 체념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외면한 대가는, 언제나 국민의 등 돌림으로 돌아온다.
이번 선거가 정치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선거에 있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다. 주민의 교통, 교육, 복지, 환경, 경제 — 삶의 모든 결이 지방정부의 손안에 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가, 서울 정치판의 세력 다툼에 잠식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의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변화의 주체는 결국 유권자가 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한 표는 어떤 연설보다 강하고, 어떤 구호보다 진실하다. 정책 없는 정치, 책임 없는 정치, 갈등만 부추기는 정치에 대한 준엄한 평가가 투표장에서 내려져야 한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 후보의 도덕성과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주민의 삶과 연결된 실질적 공약 — 이것이 최소한의 민주주의 조건이다
민심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낡은 정치 문화를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것인가. 이 선택의 무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여의도 정치인들이 아니라, 매일 아침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민심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주인임을 이번 6·3 지방선거가 다시 한번 증명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책임 있는 정치, 준비된 리더십,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다. 국민의 삶을 바꾸지 못하는 정치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주민을 향해 낮게 엎드릴 때, 비로소 정치는 제자리를 찾는다. 민심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