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해빙기 수난사고의 구조적 위험성과 예방 전략

박건재 소방교(공주소방서 구조구급센터)

2026-02-25 08:23:32

 

 

 

 

해빙기는 단순히 겨울이 끝나는 시기가 아니다. 재난의 양상이 전환되는 시기이며, 특히 내수면에서 발생하는 빙상 수난사고의 위험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얼어붙었던 강과 저수지가 녹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바로 그 순간이 또 다른 위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해빙기 관련사고는 319건이고, 부상자는 25명, 사망자는 7명이다. 작년에만 89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는 등 최근 5년 중 피해가 가장 컸다. 이는 단순한 계절성 사고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사고 원인은 얼음낚시, 빙상 놀이, 보행 중 추락, 단순 호기심에 의한 접근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해빙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12월과 1월에도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은, 얼음의 물리적 특성과 안전에 대한 과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빙상 안전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기준으로는 미국 미네소타주 자원관리부(DNR)가 제시한 권고 수치가 있다. 해당 기관은 얼음 두께 2인치(약 5cm) 미만은 접근을 금지하고, 4인치(약 10cm)를 성인 1인 보행이 가능한 최소 기준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준이 절대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얼음이 단순한 평판 구조가 아니라, 내부 강도와 밀도가 균일하지 않은 복합 구조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빙기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로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면서 얼음 내부에 미세 균열과 공극이 형성된다. 겉면은 단단해 보이더라도 내부 강도는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하천의 유입·유출 지점이나 유속이 빠른 구간, 수초·암반·교각 등 장애물 주변은 동일한 두께라도 파괴 강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또한 눈이 쌓여 단열층이 형성된 구간은 하부 융해가 가속화되면서 상부와 하부의 결합력이 약해진다. 결과적으로 해빙기의 얼음은 ‘두께’가 아닌 ‘구조적 안정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빙상 사고의 치명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는 저수온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수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인체는 급격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른바 ‘냉수 쇼크(cold shock response)’ 현상으로, 갑작스러운 호흡 증가와 심박수 상승, 근육 경직이 발생한다. 수 분 이내에 판단력과 운동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며, 이어 중심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이 진행될 경우 의식 저하와 부정맥,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해빙기 수난사고는 단순한 추락 사고가 아니라, 시간 의존적 생존 위기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조 현장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2차 사고 위험이다. 빙판이 붕괴된 지점은 구조적으로 이미 취약한 상태이며, 인접 구간 또한 동일 강도를 유지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구조자가 즉각적인 접근을 시도하다 추가 붕괴가 발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수상구조의 기본 원칙인 ‘뻗어 돕기, 던지기, 직접 구조’의 단계적 적용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막대기나 로프, 의류 등을 활용한 간접 구조를 우선 적용하고, 직접 접근은 충분한 장비와 안전 확보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해빙기 수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의 환기 차원의 홍보를 넘어선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구간에 대한 위험도 분석과 접근 통제 강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빙상 위험 인식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 대응 인력은 저수온 대응 전략과 구조 시간 단축 전술, 개인 안전 확보 절차에 대한 숙달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해빙기는 겨울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또 다른 위험이 시작되는 경계선이다. 빙상은 외형적 두께만으로 안전을 판단할 수 없으며, 저수온은 구조 시간을 극도로 제한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얼음의 두께가 아니라 방심의 깊이다.

 

생활 속 작은 경계와 원칙에 기반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올봄, 단 한 건의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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