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방 관광정책은 소음으로 끝나는가

무령왕릉이 보여주는 ‘관광 이전의 질문’

강철수

2026-01-29 22:10:22

 

 

 

 

 

지방정부 관광정책의 공통된 풍경이 있다. 축제는 늘어나고, 관광지는 계속 만들어진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사람은 다녀갔지만, 지역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 구조적 한계를 비추는 거울이 바로 entity ["place","무령왕릉","baekje royal tomb"]이다.

 

무령왕릉은 관광자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질서 전환을 선언한 정치적 상징이었다. 묘제의 변화, 의례의 구성, 장례 방식은 모두 “백제는 이제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백제는 먼저 의미를 만들고, 그다음 공간을 남겼다. 그래서 무령왕릉은 방문객이 없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반면 오늘의 지방 관광정책은 순서가 거꾸로다. 먼저 공간을 만들고, 나중에 이야기를 붙인다. 역사 유산은 정책의 기준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소재’로 취급된다. 그 결과 지역마다 비슷한 축제, 닮은 관광 코스, 반복되는 슬로건이 양산된다. 관광은 늘지만, 지역의 얼굴은 흐려진다.

 

지방정부가 흔히 묻는 질문은 이것이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는가.” 그러나 관광정책의 본질적 질문은 다르다. “이 지역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관광은 숫자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무령왕릉이 오늘까지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백제 국가 정체성을 설명하는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관광정책이 실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단기 성과 중심의 행정 구조다. 단체장 임기 안에 성과를 내야 하기에, 축제와 이벤트가 남발된다. 그러나 이벤트는 소음일 뿐 기억이 되지 않는다. 축제는 끝나면 사라지지만, 상징은 남는다. 무령왕릉은 한 번 조성된 이후, 백제의 세계관을 천오백 년 넘게 전달하고 있다.

 

역사학자의 시선에서 볼 때, 관광은 ‘보여주는 행정’이 아니라 ‘설명하는 행정’이다.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전에, 이 지역이 왜 존재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정책의 장식이 아니라 기준으로 작동할 때, 관광은 비로소 전략이 된다.

 

지방정부 관광정책이 지금 바꿔야 할 것은 예산 규모나 콘텐츠 종류가 아니다. 질문의 순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할 것인가부터 정해야 한다. 무령왕릉은 그 답을 이미 보여주었다. 관광은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아니라, 의미가 축적되는 과정이다.

 

관광객 수는 통계로 남지만, 지역의 품격은 기억으로 남는다. 무령왕릉이 오늘의 관광정책에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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