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실험대 위에 있었다

코로나 백신 이물 접종 은폐, 이것은 행정 실수가 아니라 국가 범죄다

김헌태논설고문

2026-03-12 10:41:03

 

 

 

곰팡이와 머리카락이 든 주사를 1,400만 명에게 — 국가는 알고도 침묵했다

감사원이 지난달 공개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코로나19 백신에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신고가 무려 1,285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제조 과정에서 혼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위해 우려 이물'만 127건이었다. 그리고 이 신고들과 동일한 제조 번호의 백신이 이미 1,420만 회분이나 국민의 팔에 꽂힌 뒤였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그다음이다. 질병관리청은 이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하지 않았다. 독립적인 공식 조사를 지시하는 대신, 제조사가 스스로 조사해서 '문제없다'라고 회신하면 그걸로 종결 처리했다. 가해자에게 자신을 수사하라고 맡긴 셈이다. 피해 국민에게는 단 한 마디의 통보도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심스러운 백신을 맞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수천만 국민은 오늘 이 기사를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백신을 접종하고도 오접종 사실을 접종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추가 지적은 그 충격을 배가시킨다. 이미 맞은 사람에게 '당신의 백신이 기한이 지난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 두려웠던 것은 국민의 건강이 아니라, 접종률 수치가 흔들리는 것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은 유사한 사례에서 해당 백신을 전량 폐기하고 즉각 공지했다. 대한민국은 계속 접종했다. 이것이 '적극 행정'인가. 아니다. 이것은 국민의 안전을 수치(數値)보다 아래에 놓은, 용납할 수 없는 직무 유기다.

 

 

유야무야로 끝낼 수 없다 — 피해 전수조사와 책임자 법적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보며 착잡함을 지울 수 없었다. 여당은 '정책 실패'라고 규탄하고, 야당 측은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방패로 내세웠다. 이물 신고 비율이 0.01%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들며 과도한 책임 추궁이라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1,420만 명의 0.01%는 1만 4,200명이다. 숫자 뒤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소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이물 신고 백신과 동일 제조 번호를 접종받은 전체 대상자에 대한 국가 주도의 전수 피해 조사다.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를 국가가 먼저 나서서 확인해야 한다. 개인이 스스로 이상 반응을 입증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뒤집혀야 한다.

둘째, 이물 신고를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 자체 조사로 덮은 결정의 경위와 지휘 체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당시 질병관리청 수뇌부가 이 사실을 알고도 묵살했다면 이는 직권남용 또는 업무상 과실치상에 해당할 수 있다. 감사원 지적에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이 사안이 마무리되어선 결코 안 된다. 유감은 법적 책임의 면죄부가 아니다.

셋째, 검찰과 수사기관의 독립적 수사가 필요하다. 행정 감사와 국회 질의만으로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당시 결정 과정에 관여한 공직자들이 누가 무엇을 알았고, 언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팬데믹 상황이었다는 사정 참작은 법정에서 판사가 판단할 몫이지, 당사자들이 스스로 면죄부를 쥐어 줄 사안이 아니다.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공직자를 너무 옥죄면 누가 위기를 감당하겠느냐'라는 논리도 들린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논리는 최선을 다한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알면서도 숨긴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알려야 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소극 행정도, 과실도 아니다. 그것은 기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다. 그러나 그 시기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역사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만 기억하지 않는다. 위기 속에서 국민을 어떻게 대했는지도 기억한다. 이물이 든 백신을 맞은 국민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국가는, 지금이라도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진상 규명과 법적 책임 추궁,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국가 배상 — 이것이 그 빚을 갚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국가는 국민의 몸을 빌린 성과표를 작성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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