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센 격랑 속의 대한민국
지금 대한민국은 사방이 불확실성의 파고로 뒤덮여 있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다시금 고개를 드는 관세전쟁이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지정학적 갈등과 전쟁의 그림자가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 사회 구조와 기업 질서에 큰 파급력을 가진 법률들이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며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드러난 외교·안보적 긴장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양가적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격랑 속에서 민주주의 정치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경제의 활력을 어떻게 회복하며, 정치 불신과 갈등을 넘어서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이 절실하다.
민주주의, 다시 길을 묻다
오늘날 민주주의 정치는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대표들이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지만, 현실은 깊은 정치 불신과 분열로 얼룩져 있다. 정책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국회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재생산하는 장으로 비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상징하는 노동 현장의 목소리와 방송 3법이 내포하는 언론 개혁 요구는 그 자체로 사회적 의미가 크지만, 이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은 국민에게 피로와 불신만을 안기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대립이 아니라 조정과 합의, 그리고 국민을 향한 책임성에 있음을 다시금 성찰해야 한다.
관세 장벽, 세계를 흔들다
국제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새로운 변수를 던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는 한국 수출의 활로를 막고,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하며,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외교·안보적 연계까지 포함한 복합적 위기다. 한국 경제는 개방성과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관세 장벽과 무역 규제의 영향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외교 다변화와 무역 전략의 정교한 조율 없이는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법과 제도의 충격, 갈등의 확산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각각 노동과 언론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 법안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해석과 이해관계 속에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기업계는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언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논의가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조정의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정치적 공방으로만 소모된다는 점이다. 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갈등 관리와 사회적 수용의 과정이 결여된다면 결국 또 다른 불확실성을 양산할 뿐이다.
경제 활력
신뢰와 혁신에서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은 단기적 부양책에 있지 않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신뢰와 혁신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정치가 신뢰를 잃으면 기업은 투자를 멈추고, 국민은 소비를 위축시키며,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따라서 정부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더불어 미래 산업과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병행될 때, 한국 경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반도체, 2차 전지, 인공지능(AI),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같은 분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분열을 넘어, 통합의 정치로
정치 불신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국민은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협력하는 정치를 원한다. 국가적 위기와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정치 지도자들은 책임 있는 자세로 협력과 조정을 이끌어야 한다. 정파적 이익을 넘어선 대승적 결단,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포용적 정치가 민주주의를 살리고 경제를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언행은 단기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해치는 독이 될 뿐이다.
실리 외교, 안보의 균형을 세우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 외교·안보 전략은 더욱 유연하고 실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미·중 갈등, 트럼프식 관세 압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긴장 등 세계 질서의 격변 속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유지하되, 동시에 다자외교와 경제협력의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안보는 튼튼히 하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기여와 신뢰 구축은 한국의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시민의 힘, 민주주의를 살리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참여와 목소리가 건강할수록 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인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시민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사회를 지탱한다. 언론의 독립성과 책임, 시민사회의 자율적 역량,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성숙한 참여 의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는 힘이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불확실성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해 온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정치가 책임을 다하고, 경제가 혁신으로 응답하며, 시민이 성숙한 참여를 보여준다면 불확실성의 시대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며, 불신이 아니라 신뢰이고, 혼란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며 국민 통합을 이뤄낼 때, 대한민국은 불확실성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