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말, 시계 초침은 빠르게 움직인다
2025년 8월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장과 시군구 의원들의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중앙정치의 변화가 그대로 지방정치에 투영될 수밖에 없다.
시·군·구청장, 광역·기초의원 등 지방 권력의 주인들이 지난 3년간 어떤 성적표를 받아왔는지, 주민들은 이미 조용히 매기고 있다. 임기 초의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민생 현장에서 주민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공약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는지가 냉정하게 평가될 것이다.
물밑에서 꿈틀대는 내년 준비
표면적으로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현장은 다르다. 이미 물밑에서는 자천타천의 인물들이 내년을 겨냥한 행보를 시작했다. 지역의 행사장과 주민 모임에 얼굴을 비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강화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의 ‘프리캠페인’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선거는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권 교체로 인한 정치 환경 변화가 그 배경이며, 지역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도전장을 내밀 채비를 하고 있다.
예산 낭비와 불협화음, 주민 분노의 불씨
주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대목 중 하나는 ‘세금 사용’이다. 불필요한 축제, 보여주기식 행사,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수억,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현실은 주민들의 불신을 키워왔다.
특히 올해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내부 갈등과 불협화음이 공론화되며 행정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공약 이행률이 저조하거나, 집행부와 의회가 정쟁에 몰두해 지역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 교체와 선거 지형의 변화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정권 교체 이후 첫 지방선거’라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국정 운영 성과와 방향이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 직후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현 정권의 초기 성과와 정책에 대한 평가도 병행된다. 이에 따라 여당은 국정 성과를 앞세운 안정론을, 야당은 현 정권의 미흡함을 부각하며 견제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구도는 전국 곳곳에서 ‘바람’과 ‘역풍’을 동시에 몰고 올 것이다.
주민 심판론의 확산
주민들은 단순히 중앙정치 구도에 휘둘리지 않는다. 지난 3년간 피부로 느낀 변화, 생활 속 불편, 정책의 실효성이 투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지역의 도로, 상하수도, 복지, 교육, 일자리 창출 등 생활형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가 중요하며, 예산 낭비와 특혜 의혹, 공직 기강 해이 등은 ‘심판 명분’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 현직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주민들은 ‘이제는 교체할 때’라는 생각을 굳히는 경우도 많다.
돌풍의 조건
내년 선거가 ‘돌풍’으로 기록될지 여부는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 신인 정치인의 등판이다. 지역 기반은 약하지만 참신한 이미지와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가진 인물이 등장할 경우, 구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둘째, 연합 구도의 형성이다. 지역의 정치세력 재편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전국적 이슈와의 결합이다. 물가, 부동산, 교육, 환경 등 전국적 현안이 지역 민심과 맞물리면 표심의 이동 폭이 커진다.
정치의 본질은 ‘주민 행복’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하부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정치이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이 원칙을 잊는다.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장밋빛 공약과 보여주기식 행정은 주민 신뢰를 갉아먹는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유지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있다. 공약은 구호가 아니라 계약이며, 임기 동안 지켜야 할 약속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 단순한 진리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가 던질 메시지
만약 내년 선거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현실화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지방정치 문화의 변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반대로 현직이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성과와 신뢰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어느 쪽이든 내년 선거는 지방정치의 새로운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유권자의 깨어있는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주인공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변화는 더디고, 기득권은 공고해진다. 내년 6월 3일, 한 표의 가치는 단순한 정치 선택이 아니라 우리 마을과 도시, 그리고 생활의 변화를 결정하는 힘이다.
지방정치는 멀리 있는 권력이 아니라, 골목길 조명 하나, 버스 노선 하나를 바꾸는 실질적 권력이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깨어있는 선택이 곧 지역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맺으며 – 변화의 바람을 준비하라
2026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내년 6월의 지방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주민의 심판과 선택이 동시에 작동하는 날이며,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냉정한 성적표가 주어지는 날이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 불협화음, 미완의 공약이 심판받을 것이고,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성실히 일한 정치인은 보상받을 것이다.
정치는 결코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다. 주민의 삶이 곧 정치이고, 정치의 품격은 주민의 품격에서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가 돌풍이 될지, 변화의 서막이 될지는 오직 주민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