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 한 장이 바꾸는 민생의 온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경제회복의 마중물인가 정치적 생색내기인가

김헌태논설고문

2025-07-12 17:51:44

 

 

 

7월 2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시대 개막

오는 7월 21일부터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지급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전국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 쿠폰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보편적 소비지원책으로,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는 1인당 25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다 비수도권거주자 3만 원과 농어촌 인구 감소 지역 거주자 5만 원이 각각 더 지원된다. 지원 방식은 지역사랑상품권, 모바일 전통시장 상품권,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충전, 지역 간접 결제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지급 방식과 활용 범위에서 일정한 제한이 따르긴 하지만,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일회성 현금 지급과는 차별화되는 ‘소비유도형 쿠폰’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가는 재정을 투입했고, 국민은 기대와 회의가 뒤섞인 눈으로 이 정책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민의 삶을 실제로 보듬고, 침체된 내수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소비 진작 효과,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정부가 이번 소비 쿠폰 정책에 거는 기대는 명확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나아가 경기 회복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쿠폰의 사용처를 전통시장·동네 상권·소상공인 매장으로 국한해 실질적인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그러나 소비심리는 단기간의 인센티브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는 심리이자 전망이며, 국민은 지금 당장의 지출보다 내일의 불확실성을 먼저 계산한다. 이미 코로나19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 지원금에서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지만, 매출 증가는 한두 달의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일시적 지출 증가는 가능하겠지만, 지속 가능한 소비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소비자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플랫폼이나 가맹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쿠폰의 효용성 자체를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소비 쿠폰이 진정한 소비유도책이 되려면 ‘편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국민 체감 효과와 심리적 위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쿠폰은 단지 돈이 아니라 메시지다. 정부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위로와 연대의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정부의 의도는 ‘심리적 체감 효과’에 있다.

그러나 실제 국민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한쪽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단기적 소비 쿠폰보다 상시 복지정책이 더 절실하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맙다”라는 긍정적 반응도 존재한다.

정부가 성공적인 체감 정책을 원한다면, 단지 지급금의 액수가 아니라 ‘타이밍’과 ‘공정성’, 그리고 ‘정보의 접근성’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동일한 지원을 받는 방식이 과연 형평에 맞는지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정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게는 단순한 쿠폰보다 현금성 유동성 지원이 훨씬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소득 계층별 맞춤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통계가 말하는 현실: 냉정한 수치 속 정책의 무게

소비 쿠폰 정책은 “경제가 위기다”라는 정부의 자백이기도 하다. 통계는 그 위기를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예측치는 연간 2.0% 내외로 수렴되고 있다. 물가 불안은 다소 완화되는 추세지만, 서민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공공요금과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 이하 가계의 소비 여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은행과 주요 민간 기관들이 발표한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2.1% 수준이다. 이는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며, 내수 주도의 경제성장에는 분명한 제약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추진되는 소비 쿠폰 정책은 ‘불황형 부양책’의 성격을 분명히 띠고 있다. 단발성 쿠폰 지급으로는 근본적인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효과는 불투명하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위해 정부는 13.9조 원의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복지 예산 총액 249조 원의 약 5.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문제는 이처럼 큰 재정 투입이 과연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보편 지급은 행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소득 역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소득층은 쿠폰을 생활비가 아닌 사치성 소비로 전환하거나 심지어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반면, 저소득층은 쿠폰에 의존하게 되면서 소비의 왜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쿠폰 이후의 대책이다. 일시적 지원은 분명 국민을 위로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민생 개혁 없이는 근본적 회복이 어렵다. 경제는 예산보다 신뢰로 움직이고, 쿠폰보다 미래를 향한 청사진으로 살아난다.

 

진짜 민생은 무엇으로 회복되는가?

정책의 본질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효과’에 있다. 쿠폰을 받은 국민이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지갑을 열 수 있으려면 근본적인 경제정책과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 자영업 회생, 주거 안정 등 복합적인 민생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번 소비 쿠폰은 한 장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더욱이 중장기적 경제 전략 없이 반복되는 소비 쿠폰 정책은 오히려 ‘정책 중독’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민은 국가가 일시적으로 돈을 푸는 것보다,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에 더 큰 신뢰를 보낸다.

 

경제를 살리는 것은 쿠폰이 아니라 신뢰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분명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도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에게, 당장의 작은 숨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생정책은 구조개혁과 장기 비전에서 나와야 한다. 소비 쿠폰이 국민을 위로하는 한 장의 메시지라면, 그 뒤를 잇는 정책은 신뢰의 약속이 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소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내일’이다. 국민은 돈보다 믿음을 원한다. 쿠폰 한 장보다 소중한 것은, 내 삶을 바꿔줄 내일에 대한 희망이다. 이 정책이 그 희망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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