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의 대전환, 격랑의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2025년, 전 세계는 지금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다. 정치, 경제, 안보, 기술, 환경 등 전 영역에서의 급변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문명의 전환기’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 본질적인 격변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미·중 패권전쟁의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기후위기, 인공지능(AI)의 문명 충격까지. 인간 사회는 지금 문명의 근간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는 결코 주변적이지 않다. 우리는 동북아시아라는 세계적 전략요충지에 존재하며, G7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력을 보유한 중견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내부는 아직 시대의 격동에 대비한 담대한 사고와 구조적 정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격랑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세계질서의 재편: 미·중 신 냉전과 다극화의 진행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일극 체제가 아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도전받고 있다. 중국은 ‘팍스 시니카’를 꿈꾸며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서방과의 전면전을 지속하고 있으며, 유럽은 에너지 안보를 비롯해 대서양 동맹의 재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더 이상 냉전시기의 단순한 양극 구도가 아닌,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축을 중심으로 유럽, 러시아, 인도, 중동, 동남아가 각각의 국익을 따라 움직이는 ‘복합다극 체제’로 세계질서는 전환 중이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경제, 구조개혁 없이는 미래 없다
국내 경제는 외형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저 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가계부채 문제, 청년실업과 고용불안, 내수침체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며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변화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단기 부양책이 아닌, 근본적인 산업 재편과 기술혁신, 인구 구조 대응을 위한 노동·연금·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미래세대를 위한 뼈를 깎는 개혁 없이는 경제적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다.
안보의 패러다임 전환: 전방위적 위협과 동맹의 재정의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과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동북아 전체가 군비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고, 일본은 헌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군사대국으로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 등을 통해 외교안보의 지평을 넓히고 있으나, 이 역시 전략적 균형감각 없이는 외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전통적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기술안보·사이버안보·식량안보에 이르기까지 안보의 개념은 이미 확장되었다. 이에 맞는 전방위적 안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 이제는 통합과 미래의 언어로 말해야 할 때
정치는 모든 국가 시스템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국민적 회의는 깊다. 극단의 이념 대립, 정쟁에만 몰두한 국회, 민생을 외면한 권력 투쟁은 위기의 시대에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갈등과 분열이 아닌, 통합과 비전이다.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정치, 진영이 아닌 국가를 중심에 둔 리더십이 절실하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정치 불신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결연한 각오, 준비된 사회만이 생존한다
지금은 단순히 ‘버티는’ 시대가 아니다. 선제적 준비와 담대한 실행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과 태도를 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동체적 각오다. 이기적 이해를 내려놓고, 공공의 미래를 중심에 둔 결단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야 한다. 위기의 시대는 분열된 공동체가 아닌, 정리 정돈되고 결연한 집단만이 살아남는다는 진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희망의 씨앗은 위기 속에서 움튼다
역사는 항상 위기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잉태했다. 산업혁명은 기근과 실업의 시대에서, 인터넷 혁명은 냉전 이후의 혼돈 속에서 태어났다. 오늘날의 혼돈과 격변 역시 새로운 문명을 향한 진통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진통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택이 필요하다. 무관심과 체념이 아닌, 각성된 의식과 능동적 행동으로, 시대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바로 지금 우리의 자세에 달려 있다.
지금은 국가의 진로를 새로이 설정할 ‘대한민국 각성의 순간’이다. 이 순간을 허투루 흘려보낸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거센 파도에 휩쓸려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새 정부나 국민 모두가 깊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가 단단하게 준비된 사회로 거듭난다면, 지금의 혼돈은 오히려 새로운 질서의 서막이 될 것이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이제는 응답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