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정세, 마지막 달력의 묵직한 울림
달력이 마지막 한 장만 남았다. 바람 끝이 매서워지고, 도시의 불빛이 차갑게 흔들리는 12월의 초입에서 우리는 다시 한 해를 돌아본다. 세계는 격동했고, 국내 정치는 하루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와 조기 정국, 정책 혼선, 사회적 갈등의 확산까지, 2025년이라는 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과 긴장의 굴곡 위에 놓여 있었다. 국민들은 시시각각 바뀌는 뉴스의 헤드라인 앞에서 숨을 고를 틈조차 없었다.
정치의 소용돌이는 끝을 모르고, 국제정세는 오히려 복잡해졌다. 중동 분쟁과 미·중 갈등, 새로운 경제블록의 등장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까지 세계는 요동치는 파도 위에 서 있다. 이 거대한 외부 요인은 곧바로 우리 경제와 안보에 직격탄이 되었고, 민생은 그 충격의 한가운데에서 시름 깊은 겨울을 맞고 있다. 달력 한 장을 남겨둔 오늘, 우리는 이 혼돈의 시대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절실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불안한 사회, 차분함을 요구하는 시간
정치의 불안정은 결국 국민의 삶을 뒤흔든다. 경제는 불확실성의 그늘 아래 위축되고,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출렁였다. 민생정책의 혼선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자극했고, 청년들은 미래 불안을 토로한다.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어만 갔으며, 고령층은 복지·돌봄의 걱정 속에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혼돈이 깊어질수록 필요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차분함’과 ‘성찰’이다. 사회 전체가 과열된 듯한 지금, 분노와 불신보다 절제와 숙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가짜 뉴스와 과도한 정치적 선동이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더 많은 이들이 냉정한 판단을 잃는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국민 개개인이 정신적 기준점을 다시 세우고, 묵직한 한 해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국제정세의 파고, 우리 사회의 대응력 시험대
또 하나의 중요한 돌발변수는 국제정세다. 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다극화와 지역 분쟁이 확대된 한 해였다. 국가 간 동맹 구조는 복잡해졌고, 경제 패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대만해협 긴장, 우크라이나 전선의 재격화는 전 세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 역시 이 변수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충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도체와 에너지, 곡물과 방산 등 주요 산업은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놓여 있다. 이런 환경일수록 국가는 냉철한 전략을 가져야 하고, 사회는 조급함보다 단단한 공감대를 축적해야 한다. 국가적 위기 대응력은 결국 국민의 신뢰와 사회적 안정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국, 성찰 없는 미래는 없다
올해의 정국은 국민에게 많은 상처와 피로를 남겼다. 정치권은 국가 미래보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듯 보였고, 사회의 갈등 구조는 더 촘촘하게 얽혔다. 경제·교육·안보·복지 등 어느 분야 하나도 불안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현실은 우리 사회가 공통의 가치와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성찰은 상처에서 시작된다. 실패의 기록은 때로 미래를 밝히는 가장 명징한 지표가 된다. 지금의 혼란과 분열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정신,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존중, 그리고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함께 뛰어넘었던 연대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성찰 없는 미래는 없다. 성찰이 없다면 같은 실수는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삶, 국가의 미래는 작은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은 언제나 국민을 겸손하게 한다.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헤아리고 남은 시간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거창한 이념도, 정치적 선언도 아니다. 일상의 작은 질서를 되돌리고, 타인에 대한 예의를 회복하며, 공동체를 향한 책임 의식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다.
정치가 흔들릴수록 국민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국이 불안할수록 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개인의 정신적 균형이 국가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을 가질 때, 그 마음은 결국 사회 전체의 안정력으로 확산될 것이다. 지금의 혼돈은 잠시지만, 성찰에서 비롯된 지혜는 오래 남는다.
희망의 2026년을 준비하며
다가오는 2026년은 새로운 과제가 산적해 있는 해다. 경제 회복, 민생 안정을 위한 국가적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국제정세는 더욱 예측 불가의 국면을 맞고 있고, 정치권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성숙한 리더십을 보여줄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사회는 이미 새로운 방향성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은 더 높은 질의 정치와 행정을 바라고 있다.
마지막 달력장이 펼쳐진 이 순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다음 한 해를 준비해야 한다. 혼란을 넘어 안정으로,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이 바로 중요한 시기이다. 희망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 국민 각자의 성찰에서 시작되고, 그 성찰이 모여 국가를 다시 세운다.
마무리하며 – 난세를 건너는 지혜는 성찰과 차분함에서
2025년의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우리는 다시 묵직한 물음을 마주한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정치의 소음 속에 우리의 삶은 얼마나 흔들렸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차분히 멈춰 서는 것, 그것이 바로 성찰의 시작이다.
나라의 시국은 여전히 어지럽다. 세계는 격동하고,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그러나 난세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이들은 늘 있었다. 그들의 지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 차분한 성찰에서 비롯됐다. 그 지혜를 오늘 우리가 다시 붙잡아야 할 때이다.
마지막 달력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올해 무엇을 배웠고, 내년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새해의 희망도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