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단상

김헌태논설고문

2024-04-07 10:09:06

 

 


제22대 총선 유세전의 열기가 뜨겁다. 경선에서부터 최종 공천을 거친 본선 후보자들의 선거전이다. 본선에 오르기까지 각종 막말 파문과 과거 행각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되는 후보의 참담한 모습도 봤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은 그래도 검증이 제대로 됐나 싶었지만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언행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본선에서 질주하는 후보도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지자 과거 여성비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후보도 등장했다. 그 내용이 가관이다. 관련 당사자인 후보는 2022년 유튜브에서 ‘이대 초대 총장 김활란 여사가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시켰다’라고 말한 근거로 성공회대 교수의 논문을 언급했지만, 그 논문에 ‘성 상납’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위안부와 성관계했을 것’이라고도 했지만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역사학자 출신이 역사적 근거도 없는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당선돼 정치를 한다면 망언밖에 더 하겠나”라며 “자격이 없다”라고 분개했다. 2일 이화여대 측이 김 후보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3일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김 후보의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 총동창회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줬으며, 동시에 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혐오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거전이 한창이지만 여성비하 발언은 고발도 당하고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 후보자는 지난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137㎡(약 41평)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수금 31억 2,000만 원 중 11억 원을 대학생인 딸 명의의 사업자 대출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명의로 사업자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게 아니냐는 ‘편법’ 논란이 일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감원은 "검사반에서 확인한 결과 (양 후보 딸 명의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허위증빙 제출,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 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관련 후보 딸과 대출모집인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수사기관에도 통보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3일 ‘편법 대출 의혹’이 제기된 관련 후보 자녀에게 지급된 대출금 전액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일각에서는 사기죄 혐의로 대검에 고발장도 접수했다. 관련 후보자는 노무현 비하 발언으로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는 후보다. 당연히 여성비하 발언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무시하는 부실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 모 후보의 남편인 변호사가 다단계 사기업체 변호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논란도 비등하다. 후보의 배우자가 다단계 사기범 변호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것이다. 다단계 피해 액수는 최대 1조 원대로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에서 업체 대표 등의 변호를 맡아 총 22억 원을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거액의 변호사비가 서민 피해자들의 피 같은 쌈짓돈에서 나왔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검찰은 투자자 10만여 명으로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1조1,900억 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방문판매법 위반)로 이 회사 법인, 회사 대표 이 모 씨 등 10명을 지난 1월 이미 기소했다. 물론 후보자 당사자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희석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사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사 시절 공황장애를 이유로 1년 9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출근하지 않고 급여로 1억 원을 넘게 받아 갔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사유로 연가, 병가, 질병 휴직을 돌아가면서 썼는데 갑자기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총선에 나와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마이웨이다.

 

모 후보자는 지난 2017년 서울 성수동 재개발지역 115㎡(35평형) 다가구주택을 11억8천만 원에 사들인 뒤 지난 2021년 4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했는데 현재 시세는 30억 원에 달한다. 이 과정이 석연찮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본선에 올라와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한 후보는 자진하여 사퇴하는 불운은 겪기도 했다. 갭 투기 의혹과 재산 허위신고 논란이 불거진 후보는 등록신청을 하자마자 공천취소는 물론 제명처분을 당하는 불운의 사태도 빚었다. 5.18 발언과 관련 대구지역의 후보자가 공천이 취소되었고 10여 년 전의 난교 등 막말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부산지역 후보자도 나왔다. 종북 반미논란에 휩싸인 비례대표 1번 순위자도 결국 자진해서 사퇴해야 했다. 목발 지뢰 막말과 거짓 사과 후보자도 공천이 취소됐다.

 

낙마 이유는 가지가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막말 논란과 부동산 관련 논란, 재산형성 과정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쟁점이다. 한마디로 부실 검증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부실 검증의 따가운 질책과 함께 후보 사퇴를 종용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러니 이번 총선의 후보 검증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따가운 질책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동안 과연 무슨 주장을 펼치고 표심을 얻으려 할지 자못 궁금하다. 선거전에서 폭로되는 것을 보면 절대 간단치 않다. 총선 이후에도 당락을 떠나 뜨거운 이슈로 재등장할 것은 뻔하다. 제22대 총선의 선거판이 참으로 혼탁함을 보여준다. 부실한 검증에 대한 책임도 없고 도덕 불감증도 여전하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것이라 한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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