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폐업 시대 — 자영업이 무너지고 상가가 텅 비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대(大)폐업 시대'로 진입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폐업자 수는 100만 8,282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폐업 이유로 '사업부인'을 꼽은 비중은 48.9%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2026년 현재 폐업률은 9%대 중후반으로, 이 흐름이 꺾이지 않고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률이 약 16.7%, 음식업이 약 15.8%로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골목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를 자본력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꿰차면서, 서민과 영세 사업자만 시장에서 쫓겨나는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상가 공실의 현실은 더 처참하다. 전국 최고 수준의 공실률로 신음하는 세종특별자치시는 '전국 최고 공실·인구 정체·청년층 부재'라는 삼중고를 안고 있다. 신도심 개발에 맞춰 상가를 공급했지만, 정주 인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빈 점포가 넘쳐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세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주요 도시 상권이 고물가·고금리·내수 부진의 삼중고 속에 공실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전체의 34.8%가 창업 동기로 '취업 어려움과 실직'을 꼽았다. 자영업이 생계의 마지막 선택지였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 선택지마저 무너지고 있는 지금, 100만 폐업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AI가 일자리를 지운다 — 청년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100만 폐업의 충격 뒤에서, 또 다른 위기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이 기존 직업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정보통신(IT)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분야에서 청년(15~29세) 취업자가 8만 명 넘게 급감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6개 중 1개가 불과 1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전문직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회계사·법무사·번역가·콜센터 상담원 등 그간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직종조차 대체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AI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직군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일자리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충격은 청년 자영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청년 자영업자 수는 3년 연속 감소했고, 청년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취업에 실패하면 자영업으로 떠밀리고, 자영업에서도 생존에 실패하면 빚만 안고 시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60세 이상 고용률보다 낮은 이례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이 자영업으로 가고, 자영업도 AI에 위협받는 이 이중 압박 속에서 미래 세대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청년 경제의 민낯이다.
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 — 지방재정 붕괴가 민생 서비스를 위협한다
8월 5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재정 현황 보고서에서 2038년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와 기금 차입금 총합은 7조 415억 원이다. 이 중 지방채는 1조 9,117억 원이며, 지역 개발기금 및 통합재정 안정화 기금 등 내부 기금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은 5조 1,298억 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발행한 지방채 9,430억 원은 법정 발행 한도(9,460억 원)의 99.6%에 육박하는 수치다. 재정 압박이 극에 달하면서 올해 노인장기요양(1234억원), 학교급 식비 지원(584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291억 원) 등 주요 민생 사업 예산 3,132억 원이 본예산에 다 담기지 못하고 ‘9개월 치’만 쪼개기 편성되는 파행을 겪었다.
공공버스 지원금과 기사 인건비, 경유·전기요금 등 필수 경비조차 10월 이후 집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은 전체 예산의 약 49%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6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공식 기준으로 경기도가 재정위기 단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주민 밀착형 서비스 공백 우려는 현실이다.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시 16곳, 군 68곳에 달한다. 중앙정부 사업에 따른 지방비 매칭 부담, 복지 지출의 구조적 증가,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취득세 감소가 겹치면서 지방재정이 만성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재정 적자 문제가 아니다. 지방재정이 흔들리면 주민들의 복지·교통·보건 서비스가 직격탄을 맞는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가 돈 문제 앞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편 등 지방재정 구조의 근본적 수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정치는 권력에 눈이 멀었다 — 국민의 눈물을 닦을 사람이 없다
이 복합 위기의 한복판에서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야 모두 국민의 고통보다 권력 장악에 눈이 멀어 있다.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은 7월 23일 국민의힘 몫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이 마무리되면서 54일 만에 마침내 완성됐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점하고 국민의힘에 6개를 배정하는 구도로 마무리됐으며, 선관위 특검법 추천권을 국민 추천위원회에 부여하는 합의가 타결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회는 같은 날 비쟁점 23개 법안도 합의 처리했다. 그러나 원 구성 타결이 곧 정치 정상화는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보수 대통합을 구호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당 권력과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산이 앞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폐업자 100만 명의 눈물, 빈 상가의 적막, 일자리를 잃은 청년의 좌절 — 이 현실이 정치권의 셈법 앞에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폭염과 가뭄까지 겹쳤다. 8월 들어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의 미국·이란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어 에너지 가격의 재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국내에서는 증시 급등락과 주택시장 불안이 서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도, 날씨도, 정치도, 국제 정세도 —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총체적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 난국을 돌파할 국가 리더십과 정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정치는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이 시대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위기다. 100만 폐업, 빈 상가, 사라지는 일자리, 무너지는 지방재정, 폭염과 가뭄 — 이 모든 위기 앞에서 정치가 국민을 향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은 끝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