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가 증시를 삼켰다 — 2008년 금융위기 기록도 뛰어넘은 전례 없는 패닉
7월 7일 대한민국 증시에 비상이 걸렸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395포인트(4.91%) 급락한 7,656선까지 무너졌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폭락하는 기이한 장면이 펼쳐졌다. 오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후에는 낙폭이 8%를 넘어서며 전 종목 거래를 20분간 강제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7월 13일에는 코스피가 하루 만에 8.95% 폭락하는 충격이 이어졌다. 이 혼돈의 중심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위해 장 마감 전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구조상,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하는 이른바 '숏 감마' 현상이 발생해 가격 변동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킨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도 이번 국내 증시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레버리지 ETF가 촉발한 프로그램 매도를 지목했다.
숫자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는 7월 12일 기준 총 34회 발동됐다. 2002년 공식 집계 시작 이후 연평균 2.5회의 무려 13.6배에 달하는 수치로, 불과 6개월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의 연간 기록(26회)마저 넘어섰다. 서킷브레이커는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전체 발동 횟수 12회 중 절반인 6회가 올해 1~7월에 집중됐다. 9·11 테러, 코로나19 팬데믹, 2026년 미국·이란 전쟁에 이은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다. 그러나 지수 폭락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섰다. 코스피가 8.95% 급락한 7월 13일에도 개인은 3,887억 원을 순매수했다. 빚을 내어 투자한 개인들이 반대매매 공포 속에서도 버티는 이 장면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2배 벌려다 2배로 무너지는 레버리지의 함정에 빠진 개미들의 아우성이 증시의 심층을 달구고 있다.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 100만 폐업자의 눈물 — 서민경제의 벼랑 끝
7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긴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물가 압력을 지속시키는 가운데,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경기 개선이 수요 압력을 키우면서 한국은행이 긴축 기조로 전환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상향 조정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 30년 만의 최고 경상성장률을 전망했다. 그러나 이 거시 지표의 낙관론 이면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三高) 리스크가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전국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폐업의 고통을 겪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배달비·난방비·원자재비가 폭등한 데 이어,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까지 가중됐다. 신용과 예탁금이라는 투자 자금의 기초 체력이 빠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했다가 반대매매 공포에 시달리는 개인 투자자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대출자들, 폐업 이후 재기의 길을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들 — 이들의 고통이 대한민국 경제의 민낯이다. 거시 지표의 성장과 미시 현장의 고통이 이토록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 역설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모순이다.
중동 재격화와 정치 대립의 이중 먹구름 — 국가가 방향을 잃고 있다
국제 정세도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 4월 2주간의 휴전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핵 관련 시설을 재가동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제한이 언제 다시 가해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국제 에너지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는 또 하나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7월 경제상황 평가에서 '중동정세 불확실성 지속'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올 상반기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 대란의 후폭풍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불안이 재점화된다면, 물가와 성장률 전망 모두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이 복합 경제 위기 앞에서 정치권은 정쟁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민생 입법은 뒷전으로 밀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통령과 당 사이의 미묘한 긴장이 표출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 힘은 당내 내홍이 심화되는 가운데, 보수대통합이라는 구호만 난무할 뿐, 실제로는 당권력과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산이 앞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말로는 국민을 앞세우지만 정작 국민의 삶을 바꾸는 입법과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제헌절이 묻는다 — 이 나라에 헌법은 살아있는가
7월 17일은 제헌절이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날을 기념하는 이 국경일이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8년 만에 올해 다시 휴일로 지정됐다. 사흘 연휴가 이어진 이번 제헌절은 단순한 공휴일의 부활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헌법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되물어야 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한다. 그런데 지금 올림픽공원 앞에서는 선거 관련 각종 구호가 멈추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을 책임져야 할 헌법기관 선관위가 국정조사장에서 오전 집단 불출석이라는 전례 없는 행태를 보인 사건은, 헌법기관이 헌법 정신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요 사법 판결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사법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 증시 패닉, 금리 인상, 에너지 불안, 폐업 아우성, 정치 대립, 선관위 사태, 사법 불신 — 이 모든 위기가 한꺼번에 중첩된 난국에서 바로 올해 공휴일로 맞은 제헌절이다. 78년 전 선각자들이 이 나라의 설계도를 그으며 담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가. 국민주권, 법치주의, 기본권 보장, 권력 분립이었다. 그 가치들이 지금 이 나라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경제적 위기를 돌파하는 힘도, 정치적 혼돈을 수습하는 힘도, 결국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된다. 제헌절은 과거의 기념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한 가장 강력한 경고다.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증시도, 경제도, 정치도, 헌법 정신도. 위기를 직시하고 헌법의 가치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이 혼돈의 시대를 건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