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절정이다 — 더위도, 물놀이도, 식탁도 방심은 금물이다

김헌태논설고문

2026-07-25 16:24:36

 

 

 

장마가 물러가지만, 폭염이 달려온다 — 방심이 가장 위험한 때다
장마 종료를 단정하기 아직 이르지만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보름가량 늦게 시작해 늦게 끝나가고 있다. 그만큼 물놀이와 피서 일정도 뒤로 밀렸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이제야 활짝 열리는 셈이다. 장마가 점차 끝나면서 전국 해수욕장과 계곡, 워터파크가 인파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공원 일원에서는 7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심 물놀이 축제 '서울썸머비치'가 매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울산 북구는 지역 내 13개 물놀이시설을 7월 18일부터 8월 23일까지 집중 관리 중이다. 전국 곳곳에서 여름 축제와 피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이 가장 위험한 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폭염은 이미 기세를 올리고 있다. 포항시와 경주시 등 경북 남부 동해안은 우리나라 남쪽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서 남서쪽에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를 지속해서 맞으면서 연일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24일 오후에도 경주시 황성동 기온이 39.2도까지 올랐다. 비슷한 시각 포항시 기계면 기온은 38.7도를 기록했다. 전국 곳곳에 현재 폭염특보, 폭염중대경보, 폭염경보,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8월 초까지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습적인 소나기도 반복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장마 때의 집중호우 피해에 정신을 쏟다 보면, 장마 뒤 폭염의 위험에 무감각해지기 쉽다. 폭염 속 소나기는 단 20~30분 만에 하천 수위를 위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장마가 끝났다고 안심하는 순간, 다음 위험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7월은 수난사고 최다 발생 달 — 이안류와 급류, 한순간의 방심이 생사를 가른다
소방청이 최근 3년간의 여름철 수난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7월의 월평균 수난사고 건수는 2,587건으로 연중 가장 많다. 8월 1,753건, 9월 883건과 비교하면 7월이 압도적으로 위험한 달이다. 7월이 3년 연속으로 2,400건을 넘긴 이유는 복합적이다. 본격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이 집중되고 수온이 오르면서 입수 인원이 급증하는 데다, 장마 직후 수위가 불안정한 하천과 계곡에서의 사고가 겹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이안류가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해안과 나란히 흐르다가 갑자기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는 강한 해류인 이안류는 성인 수영 선수조차 순식간에 멀리 있는 바다로 끌고 간다. 이안류가 발생하면 흐름을 거슬러 헤엄치지 말고 해안과 평행하게 수영해 빠져나와야 한다.

계곡과 하천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맑은 날씨에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기다가도 상류의 기습 소나기 한 번에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고립되거나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가 해마다 반복된다. 소방청은 음주 후 입수와 야간 물놀이를 절대 삼갈 것을 당부했다. 어린이는 반드시 보호자 시야 안에서만 물놀이를 해야 한다. 기상특보가 발효된 날에는 하천변 산책로, 계곡, 하상 주차장에 절대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안전요원이 배치된 지정 장소에서만 입수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다. 올여름 단 한 명의 수난사고 사망자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글을 쓰게 하는 이유다.

 

식중독 계절이 8월에서 7월로 앞당겨졌다 — 식탁 위의 보이지 않는 적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적은 더위와 물뿐이 아니다. 식탁 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도사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10년간의 식중독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식중독 환자의 57%가 6월부터 9월 사이에 집중됐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8월에서 7월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7월에 세균 증식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이다. 살모넬라균은 36도 환경에서 20분마다 2배로 증식하고, 황색포도상구균은 습한 여름 조리 환경에서 급속히 번진다. 달걀과 닭고기, 해산물을 다룰 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달걀과 수산물 취급 업체에 대한 여름철 위생 점검을 강화하고 지역별 식중독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식중독 예측 지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에서 식중독을 예방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첫째, 음식은 반드시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하라. 둘째, 조리된 음식은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하지 마라. 여름철 30도가 넘는 환경에서 2시간 이상 방치된 음식은 세균 증식 위험이 매우 크다. 셋째, 칼과 도마는 고기용·채소용·생선용으로 구분해 사용하라. 교차 오염이 식중독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넷째, 식재료는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고 냉장고 내부 온도를 5도 이하로 유지하라. 다섯째, 음식을 먹기 전과 조리 전에는 반드시 30초 이상 손을 씻어라. 이 단순한 습관 하나가 여름 식탁의 최강 방패다. 피서지의 노점 음식, 행사장 도시락, 야외 바비큐 음식은 특히 위생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폭염은 에어컨으로 피할 수 있지만 식중독은 오직 위생 습관으로만 막을 수 있다.

 

온열질환과 폭염 취약계층 — 에어컨 없는 이웃을 돌아봐야 할 때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 여름,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홀로 사는 고령자, 쪽방촌 거주민, 야외 노동자, 만성질환자, 냉방 시설이 없는 저소득 가정 — 이들에게 폭염은 생존의 위협이다. 온열질환의 대표적 증상은 어지러움, 두통, 구토, 근육 경련이며 이를 방치하면 열사병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폭염 속에서 갑자기 어지럽고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즉시 서늘한 곳으로 이동하고 찬물로 몸을 식히면서 119에 연락해야 한다. 기상청의 재난성 폭염 중대경보가 올여름부터 새로 도입됐다. 이 경보가 울리는 날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야외 활동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수분은 목이 마르기 전에 미리 보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이 계절에는 생명을 구하는 행동이 된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 이틀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즉시 확인에 나서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를 적극 활용하고, 주민센터에 폭염 취약 이웃을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번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복합적인 위험이 중첩된 계절이다. 장마의 기습 소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물놀이 사고는 7월에 정점을 찍으며, 식중독 위험은 8월을 앞두고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고, 폭염은 약자들을 조용히 쓰러뜨린다. 이 모든 위험 앞에서 유비무환의 자세와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이 여름을 안전하게 건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경각심이 곧 생명이다. 여름의 절정은 아름답다. 그러나 방심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비극으로 돌변한다. 물가에서도, 식탁에서도, 폭염 앞에서도, 준비된 자만이 이 여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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