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탁 기소유예에 수사 외압 의혹까지 —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을 묻는다
이재명 정부 2기 내각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의원이 연일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 9월 15일 인사청문회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있다. 핵심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다. 이른바 제넨셀 신약 로비 의혹이라 불리는 이 사건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브로커인 양모 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한 임상실험 승인 처리를 요청했으며, 업체로부터 후원금 500만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초 수사팀은 기소와 징역 8개월 구형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대검찰청 지시로 방향이 바뀌어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수사 외압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과 시민단체가 직권남용·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고,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사건을 정식 배당받아 재수사 절차에 돌입했다. 또한 가족 복지시설 급여 몰아주기 논란까지 불거지며 청문회 이전부터 의혹이 중층적으로 쌓이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과 참고인이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신약 개발업체 제넨셀 관계자 등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의 채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미 기소유예로 종결된 사건의 되풀이라며 단 한 명도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불발됐다. 국민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신약 청탁 의혹을 검증할 당사자들이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김 후보자가 묻고 김 후보자가 답하는 자기 해명의 무대로 청문회가 전락할 우려가 크다. 법을 집행하고 검찰을 지휘해야 할 법무무 장관 후보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건의 당사자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심각한 문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수사 체계 전반을 감독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과거 수사를 받은 당사자가 앉는다면, 수사 독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남편 급여·공항 귀빈실 특혜·언더조직 의혹 — 성평등가족부 후보자의 민낯
급기야 자진사퇴했지만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연이은 의혹에 포위되기도 했다. 제기되었던 핵심 의혹은 세 가지다. 첫째, 남편 급여 문제다. 배우자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이 거액의 특별당비를 납부하고 남편이 당에서 월급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고발인은 이것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용처가 엄격히 제한된 정치자금을 우회해 가계소득을 올린 구조라는 것이다. 둘째, 공항 귀빈실 특혜 의혹이다. 셋째, 언더조직 활동과 성차별 지침 의혹이다.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 문제도 논란도 증폭됐지만 결국 장관후보자를 사퇴하면서 비례대표를 선택했다. 하지만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9월 10일 첫 고발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의혹이 사법 절차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인사 참사의 역사가 반복된다 — 청문회는 왜 매번 요식행위가 되는가
이 나라에서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논란 없이 넘어간 적이 얼마나 되는가. 역대 정권을 돌아보면 참담하다.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병역 면탈, 탈세, 부동산 투기, 음주 운전 전력 — 이 목록은 어느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의혹의 종류만 달라질 뿐 인사 실패의 패턴은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대규모 촛불 집회로 이어지며 장관직을 물러났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23명의 장관·후보자급 인사가 낙마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 이재명 정부 2기 내각에서도
법무부 장관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전부터 의혹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구조적 허점도 직시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의혹이 제기되어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가능한 구조, 보고서 채택 없이도 장관이 될 수 있는 제도, 증인과 참고인 채택에 여야 합의가 필요해 여당이 차단하면 핵심 검증을 피할 수 있는 구조 — 이 세 가지 허점이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만드는 핵심 원인이다.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회는 증인 채택 권한이 강력하게 보장되어 있고, 표결로 인준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청문회 제도도 실질적 검증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명확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묻는다 — 지도층의 도덕성이 나라의 수준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과 권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원칙이다. 이 개념이 서구 귀족 사회에서 시작됐지만,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직자와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덕목이다. 국민의 혈세로 급여를 받고, 국민을 대리해 권력을 행사하며, 국민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오르는 사람일수록,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번 두 후보자의 사례에서 보듯, 대한민국의 지도층 후보자들은 이 기본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나쁜 짓을 했는가?'의 기준도 아니다. 지도자의 자리에 서려면 '의심받을 여지가 있는가?'조차 먼저 검증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는 이미 달라졌다. 청문회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인해 보겠다.', '송구하게 생각한다'라는 말로 고비를 넘기려는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에 공개된 재산 내역, SNS에 남겨진 발언, 금융 거래 기록과 부동산 서류까지 국민이 스스로 파헤치는 시대다. 이 시대에 흠결 있는 후보자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진리를 다시 새겨야 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인물이라도 도덕적 결함이 있다면 공직에 세워서는 안 된다. 능력은 검증할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지금 이 나라의 국민이 장관 후보자들에게 묻는 것은 정책 역량이 아니다.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장관의 자리는 권력의 보상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봉사의 시작이다. 그 자리에 오르려는 자가 먼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출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