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혈투가 시작됐다, 민심은 어디로 향하는가

김헌태논설고문

2026-05-22 15:13:52

 

 

 

공식 선거운동 개막, '내란 심판' 대 '독주 제동' — 두 프레임의 충돌이 시작됐다

5월 21일 자정을 기해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막을 올렸다.

전국 곳곳에 선거 벽보가 나붙고, 현수막이 내걸리며, 유세 차량의 마이크 소리가 골목골목을 달궜다.

민주당은 총괄 상임선대위원장 정청래 대표가 자정을 기해 서울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로 선거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12·3 비상계엄을 극복하고 빛의 혁명으로 이재명 정부를 만들어주신 국민 덕분에 대한민국이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라며 '내란 심판·국가 정상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이 대전 중구 태평오거리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지원 유세로 맞불을 놓으며 '이재명 정부 독주 제동'과 '인물 경쟁론'을 선거 전략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두 프레임의 충돌은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구도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전 지역 당선과 재보선 13석 사수를 목표로 총선·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완승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선에서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재보선에서는 최소 4곳 이상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며 보수 재건의 교두보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도권·충청 표심 쟁탈전이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 지도부는 개막과 동시에 이 지역들을 집중하여 순회하며 전략 지역 공략에 들어갔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이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재보선이 겹친 이번 선거의 역사적 무게감이 이 두 프레임의 충돌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초박빙 격전지가 속출한다 — 서울·부산·대구·달성, 이변의 냄새가 진하다

당초 민주당의 압승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몇몇 지역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며 이변의 냄새가 짙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48%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32%)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면 여유 있는 격차지만,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 지지가 22%로 지난 2월 30%에서 8%포인트나 떨어졌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야권 지지층 일부가 부동층으로 이탈했다는 의미로, 막판 보수 결집이 이루어질 경우 서울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부산과 대구는 더욱 뜨겁다.

부산시장 선거는 조사기관에 따라 두 자릿수 격차에서 한 자릿수 초박빙까지 편차가 크게 벌어지며 판세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구시장에서는 민주당 김부겸 전 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격차가 조사마다 달라져, 보수 텃밭 대구의 이변 가능성이 살아있다.

재·보궐선거 격전지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MBC·코리아리서치 조사(5월 16~18일)에서 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38%,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3%로 오차범위 안 혼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 평택시 을에서는 국민의힘 김용남 후보가 31%,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7%로 역시 초박빙이다.

대구 달성군 재보선에서는 이진숙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박형룡 후보가 오차범위 안 접전을 펼치며 적극적 투표층에서는 사실상 동률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어느 곳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토론 기피와 마이동풍 선거전 — 국민의 실망을 배가시키는 선거 문화의 후진성

이번 선거에서 국민을 가장 실망시키는 장면 중 하나는 토론 기피 현상이다.

지방선거 토론회는 유권자가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론의 장이다.

그러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한 후보일수록 토론을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세 차량의 음악 소리와 이름 홍보에 집중하면서, 정작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 토론은 외면하는 '마이동풍(馬耳東風) 선거전'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유권자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하는 일방향 선거운동이 지배적이다.

이 토론 기피 현상은 단순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 문화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지역 현안에 얼마나 정통한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소통하는지 토론을 통해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기회를 후보가 일방적으로 박탈할 때,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의 장으로 전락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초청하는 법정 토론회는 물론이고, 지역 언론이 마련하는 토론의 장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후보의 기본 의무이자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중도층의 표심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 부동층 향배가 곧 선거 결과다.

이번 6·3 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최후의 변수는 중도층이다. 5월 셋째 주 전국 지표조사(NBS·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기관 공동)에서 여당 승리론이 야당 승리론을 16%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지만, 중도층은 특성상 막판 분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 43%, '무응답' 30%라는 교육감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이 부동층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선거 결과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야권의 부동층 이탈과 보수 결집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현재의 여론조사 격차는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정청래 대표 스스로의 경고가 이를 방증한다.

중도층을 움직이는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생활 밀착형 의제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가장 짓누르는 것은 무엇인가.

중동 에너지 위기로 치솟는 물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취업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의 가속화다.

이 현실적 고통에 가장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가 중도층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지역별로는 충청과 강원, 수도권 외곽 지역의 중도 표심이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여야 모두 이 지역들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람직한 선거전의 방향 — 정책 경쟁과 투표 참여,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13일간의 혈투가 시작된 이 시점에서 후보들과 유권자 모두에게 명확하게 촉구한다.

후보들에게는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토론에 나서라.

토론을 피하는 것은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것이고, 자신의 정책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다.

둘째, 폭로전보다 정책전으로 승부하라.

상대를 공격하는데 쏟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지역 현안 해법을 알리는 데 쓴다면, 유권자의 시선은 달라진다.

셋째, 당선 이후를 미리 보여라.

임기 4년 동안 지역을 위해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지금 선거운동 기간에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후보가 진정한 일꾼이다.

국민에게도 간곡히 당부한다.

정치 혐오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 혐오를 투표 포기로 표현하는 순간, 내 지역의 4년이 남의 손에 넘어간다.

사전투표는 5월 29일과 30일, 본 투표는 6월 3일이다.

이 세 차례의 기회 중 반드시 한 번은 투표장에 가야 한다.

선거 벽보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후보의 공약집을 열어보며, 토론회를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다. 13일의 혈투 끝에 내려질 6월 3일의 판결은,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 내리는 것이다.

그 판결의 무게를 유권자 스스로 분명히 인식할 때, 비로소 이번 선거는 정치꾼의 잔치가 아닌 국민의 축제로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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