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개소식이 열리는 그 순간 — 공천 파동의 후폭풍은 여전히 뜨겁다
전국 곳곳에서 선거 캠프 개소식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현수막이 내걸리고 지지자들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선거 사무장과 운동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6월 3일을 향한 선거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활기찬 외양 뒤에서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공천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대구·울산 등 주요 격전지에서 공천 파동의 여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6선의 중량급 주호영 의원이 대구시장 공천에서 컷오프된 후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결국 4월 2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채 여전히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조차 이처럼 분열의 기운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이 처한 내부 위기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앞다투어 '독자 선대위' 구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며 '중도 확장 선대위'를 표방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역별·권역별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자 선대위 방침을 밝혔다.
TK에서도 이철우 경북지사가 대구·경북 공동선대위 구성을 제안하고 추경호 의원이 화답했다.
이 모든 '독자 노선'의 공통점은 하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지도부와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공천이 완료되지도 않은 선거 국면에 장 대표가 미국을 10일간 방문했다가 귀국한 뒤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당 지도부와 후보들 사이의 동상이몽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난 선거가 근래에 또 있었던가.
민주당이라고 해서 이 혼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수도권 재·보궐 공천에서 '원칙적으로 전략공천'을 예고한 정청래 대표의 방침은 당내 공천 민주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경기 평택시 을 출마를 선택하면서 수도권 선거 구도가 요동치고 있고, 민주당의 경기 공천 전략은 더욱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게 됐다.
반면 대구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각계 중량급 인사들로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하고 TK 신공항 15조 원 사업의 조기 착수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면서, 역대 한 번도 민주당계 시장을 배출하지 못한 대구에서의 이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여야 모두 공천의 후폭풍과 내부 갈등을 안고 선거전을 치르는 형국이다.
돈키호테식 정당 운영 — 민심 외면이 부른 정치 혐오의 악순환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에게 주는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키호테'다.
실재하지 않는 적을 향해 창을 겨누고, 현실과 동떨어진 싸움에 온 힘을 쏟는 정치.
에너지 위기로 국민 경제가 신음하고, 지방 소멸로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며, 물가 앙등으로 서민의 살림살이가 악화하는 이 절박한 시대에, 정치권이 온 에너지를 쏟는 것은 정작 공천 주도권 다툼과 지도부 퇴진 공방이다.
당 대표는 선거 국면에 미국을 찾고, 현역 의원들은 컷오프 소송을 제기하며, 야당에서는 전략공천을 둘러싼 기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 눈에 이것이 어떻게 보이겠는가.
이 정치 행태가 만들어내는 가장 무서운 결과는 정치 혐오다.
정치 혐오는 단순한 불쾌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독소다.
국민이 정치를 혐오할수록 투표장 문이 닫히고, 투표율이 하락할수록 조직력과 동원력을 갖춘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정치의 질은 낮아지고 국민의 삶은 팍팍해진다.
이번 6·3 지방선거 이후 정당 정치의 지형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이 악순환에 대한 국민의 경고가 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느 정당도 이 경고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생존의 분기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조직력과 여론전에서 밀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시작해 22대 총선, 21대 대선까지 주요 선거에서 연속 패배한 전적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한다면 행정부·국회·지방정부를 여당이 모두 장악하는 구도가 완성되고, 23대 총선까지 견제의 발판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 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쇄신이 아니라 내분이다.
후보들의 독자 선대위 행보는 당을 살리려는 시도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당의 균열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민낯이기도 하다.
선거가 끝난 뒤 이 균열이 어떻게 봉합될지, 아니면 봉합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는 지금 후보들이 어떤 자세로 선거에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선거를 국민의 축제로 만들기 위한 조건 — 사명감·책임감·봉사 정신이 먼저다
그렇다면 이 선거를 정치꾼들의 잔치가 아닌 진정한 국민의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세 가지를 짚는다.
첫째는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공천 파동을 겪으며 드러난 계파 정치와 줄 세우기 문화, 지도부의 독단적 공천 행사가 다음 선거에서는 반복되지 않겠다는 진정성 있는 반성이 출마자들한테서 나와야 한다.
'나는 이런 구태 정치에서 자유로운 후보'라고 자임한다면, 그것을 선거 내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
둘째는 지역 주민을 향한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이다.
지방선거는 주민의 교통·교육·복지·경제·환경을 4년간 책임지는 사람을 뽑는 선거다.
에너지 위기가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충격을 어떻게 완충할 것인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 이 질문들에 구체적 답을 가진 후보만이 진정한 사명감이 투철한 후보다.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중앙 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후보가 아니라, 주민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후보가 필요하다.
셋째는 봉사 정신과 애국 애민의 자세다.
권력을 얻기 위해 선거에 나서는 것과, 주민을 섬기기 위해 선거에 나서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선 이후에 달라지는 태도, 주민보다 계파를 우선시하는 행정, 임기 중에 이미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모습 — 이것들이 반복되는 한 지방자치는 주민 자치가 아니라 권력자 자치로 변질된다.
출마자들은 지금 이 순간, 당선된 후에도 낙선한 지역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캠프의 문을 열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각오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4년의 행정 품질을 가르는 기준선이 된다.
선거 일정을 머릿속에 새겨라
선거는 준비된 유권자의 것이다.
후보만 준비해서는 선거가 완성되지 않는다.
유권자 역시 선거의 일정과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고한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의 주요 일정을 살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선거 일정은 민주주의의 시간표다.
이 시간표를 모르는 시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리를 놓칠 수 있다.
이 일정이 단순한 행정 절차로 보일 수 있지만, 각각의 날짜는 유권자의 권리와 직결된다.
거소투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 환자 등이 집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5월 16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사전투표는 5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6월 3일 본 투표일에 참여하기 어려운 유권자라면 반드시 이 기간을 활용해야 한다. 5월 14일부터 15일까지의 후보자 등록 마감 이후에는 선거 구도가 최종 확정된다.
이 시점부터 각 후보의 공약집과 이력을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다.
특히 5월 21일 선거 기간 개시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므로, 이 시기부터 쏟아지는 후보들의 공약과 발언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눈이 필요하다.
선거 막판에 쏟아지는 공약 폭탄과 네거티브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일찍부터 후보를 비교하고 선택의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알고 선택하는 시민'이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
정치꾼의 잔치를 국민의 축제로
지금 전국에서 선거 캠프의 문이 열리고 있다.
어느 캠프의 문은 진정한 봉사의 다짐으로 열렸을 것이고, 어느 캠프의 문은 권력 욕망의 포장지로 가려진 채 열렸을 것이다.
국민은 그 차이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한 이 시대에도, 국민은 여전히 좋은 정치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갈망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될 때, 비로소 정치꾼의 잔치는 국민의 축제로 바뀐다.
이번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선거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행정부·국회·지방정부를 아우르는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선전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의미 있는 견제 신호를 발신하게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만드는 것은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다.
에너지 위기와 물가 불안 속에서 내 지역을 맡길 사람을 뽑는 선거,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 이 두 가지가 하나로 겹친 이 복합 선거의 무게를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출마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전한다.
캠프 개소식의 풍선이 터지고 박수 소리가 가라앉은 뒤에도 남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주민을 향한 진정성이 남는가, 권력을 향한 욕망이 남는가.
선거가 끝난 후 당선이든 낙선이든, 자신이 나선 지역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이 흔들리지 않는 후보만이 이번 선거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그리고 국민에게도 당부한다. 5월 29일과 30일, 사전투표소의 문이 열린다. 6월 3일, 본 투표장이 열린다.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이 당신이 역사를 직접 쓰는 순간이다.
한 표가 지역을 바꾸고, 지역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그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실을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