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앞둔 후진 정치의 민낯

김헌태논설고문

2026-03-20 10:06:39

 

 

공천 잡음과 후보 난립 — 군웅할거의 정치판이 열렸다

6·3 지방선거가 이제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선거의 본질인 민생 토론이나 지역 정책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공천을 둘러싼 치졸한 잡음과 권력 탐욕이 전면에 등장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공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파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여당에서는 후보가 난립해 그야말로 군웅할거(群雄割據)의 혼돈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불안과 한심함, 그리고 깊은 우려로 가득하다.

야권의 공천 잡음은 그 치졸함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지역 현안을 논하기 위해 모여야 할 자리에서 누가 공천권을 쥘 것인가, 누가 어느 계파와 손잡을 것인가를 두고 물밑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작당(作黨) 정치'가 지방선거의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당내 서열과 줄 세우기가 횡행하면서,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인물보다 계파의 낙점을 받은 인물이 공천 라인에 서는 기이한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봉건적 정치 문화의 민낯이다.

여당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정책 경쟁은커녕 인물 검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리를 향한 욕망이 지역을 향한 비전보다 앞서고 있다. 과거의 낡은 얼굴들이 다시 등장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으며, 함량 미달의 인물들이 '지역 연고'나 '계파 배경'을 앞세워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지역 주민들이 기대하는 '일 잘하는 일꾼 정치'는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계파정치·권력 탐욕·혐오의 삼각파도 — 민주주의가 침식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관통하는 세 가지 독소가 있다. 계파정치, 권력 탐욕, 그리고 혐오 정치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계파정치는 인물 중심의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고, 권력 탐욕은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구조를 고착화하며, 혐오 정치는 상대를 악마화함으로써 합리적 토론과 타협의 공간을 소멸시킨다. 이 삼각파도 앞에서 유권자들은 점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혐오 정치의 심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방선거는 본디 지역의 살림살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담론은 지역 현안 대신 진영 논리로 채워지고, 정책 대결 대신 인신공격으로 가득하다. 여야 모두 상대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하면서 정치 혐오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화두가 되는 나라, 정치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늘어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투표 포기자가 급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하면 국민은 선거장 문을 닫아버린다. 민주주의는 참여 위에서만 작동한다. 투표율 하락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함량 미달의 후보들이 낮은 투표율 속에서 당선되는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정치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지금 정치권이 스스로 키우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권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무덤이다.

 

이란 전쟁의 반면교사 — 안보 위기에 눈 감은 정치인에게 애국심을 묻는다

나라 밖을 보라. 지금 이 순간에도 중동에서는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전쟁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고, 글로벌 공급망은 다시 흔들리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도 결코 느슨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은 상존하며, 미·중 패권 경쟁은 한국 경제와 외교에 날마다 새로운 시험을 들이밀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는 지금 이 엄혹한 현실 앞에서 눈을 감고 있다. 이란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국가 안보와 경제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공천 싸움과 계파 세력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전쟁이 주는 냉혹한 교훈을 한국 외교·안보 전략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후 펼쳐질 권력 재편 그림 그리기에 분주하다. 이것이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고 분하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수록 지도자의 애국애민(愛國愛民) 정신이 요구된다. 애국심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자신의 권력보다 국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다. 공천 잡음에 신경 쓰는 대신 에너지 안보와 물가 대책을 고민하는 것이 애국이다. 계파 세력을 불리는 대신 지역 경제와 청년 일자리를 설계하는 것이 애민이다. 지금 한국 정치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능력도, 언변도 아니다. 바로 이 근본적인 '마음의 방향'이다. 국내 정치판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 국제 정세의 파고를 읽지 못하는 정치는, 선장 없는 배처럼 국가를 표류하게 만든다.

 

식상한 얼굴, 낡은 정치 — 국민은 진정한 변화를 갈망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인물, 지난 지방선거에서 탈락한 인물, 지역 정가에서 수십 년을 맴돌아온 낯익은 얼굴들이 다시 출마를 선언한다. '새 정치'를 외치지만 얼굴은 늘 같다. 이 뿌리 깊은 식상함이 유권자들의 냉소를 강화한다. 변화의 기대가 무너질 때 사람들은 투표장을 외면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역설임을 알면서도, 정치에 지친 국민은 그렇게 하나씩 등을 돌린다.

계파정치의 폐해는 여기서 더욱 선명해진다. 계파의 지지를 받은 인물은 실력과 무관하게 공천을 받고, 지역민의 신뢰를 쌓아온 참신한 인물은 '조직'이 없다는 이유로 물러나야 한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선거는 지역 발전을 위한 경쟁이 아닌, 계파 세력의 지방 거점 확보 게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무능한 지방 행정, 비리와 특혜로 얼룩진 지방 권력, 형식적 자치에 머무는 지방자치가 그 결과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말이 아닌 실천, 구호가 아닌 성과, 계파 충성이 아닌 지역 헌신이다. 내 동네의 교통을 개선하고,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바꾸며, 노인들의 복지 수준을 높이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 — 이것이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 기대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자들에게는 국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법이다.

 

정치권에 고(告)한다 — 경종을 울리고, 국민은 깨어나야 한다

이제 정치권을 향해 분명히 말해야 할 때가 왔다. 6·3 지방선거는 정치인들의 자리 나눔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지역 권력을 위임하는 엄숙한 민주적 의식이다. 그 의식을 치졸한 공천 싸움과 계파 작당으로 더럽히는 것은, 위임받은 권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당장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책 역량을 갖춘 새 인물을 발굴하며, 지역 주민과의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정치권이 국민 앞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현안 중심의 정책 대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도권 일극 집중으로 인해 지방 소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떠나며 청년은 없는 지방의 현실 앞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가 후보 검증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중앙 정치의 대리전 구도를 벗어나,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경쟁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국민에게도 당부한다. 정치 혐오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 포기는 해답이 아니다. 나쁜 정치를 방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투표를 외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냉소는 현실을 바꾸지 못하지만, 한 표는 바꾼다. 실망스럽고 화가 나더라도, 가장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선거는 국민이 정치권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그 신호를 포기할 때, 정치는 더욱 국민으로부터 멀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교차로에 서 있다. 안으로는 정치 혼란과 경제 불안, 밖으로는 국제 전쟁과 안보 위협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나라의 기초를 다져야 하며, 그 기초는 바로 건강한 지방자치에서 시작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정치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 6·3 지방선거가 정치인들의 탐욕이 아닌 국민의 희망으로 채워지기를,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정치가 국민을 두려워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유권자의 분노를 가볍게 여기는 정치는 반드시 심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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