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규 시인 엄니 꽃밭 시집 펴내

실존과 초월이 이루는 ‘엄니’라는 생의 만다라

강승일

2026-04-22 06:40:53




충청북도 영동군 군청



[세종타임즈]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대표 양문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엄니 꽃밭 이 ‘와에세이’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 엄니 꽃밭 은 여여했다 이후 무려 9년 만에 선보이는 결실로 전편이 어머니께 바치는 헌시다.

칠순을 바라보는 아들이 구순의 어머니께 드리는 지극한 사모곡이다.

양문규 시인은 지금도 어머니를 ‘엄니’라 부른다.

그 호명 속에는 단순한 부름을 넘어, 삶의 뿌리와 정서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엄니 꽃밭 에는 그야말로 온통 ‘엄니’로 가득 차 있다.

이 시집의 표제작 엄니 꽃밭 에서 나열된 “여여산방 사방 천지 꽃 시절 팔순 지난 우리 엄니 있다”의 식물 목록은 구체적인 생활 장소와 연결되면서 ‘우리 엄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각인된 실존적 지도가 되는데, 이 촘촘한 명명의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엄니’는 한 개인의 육신을 넘어 지상의 모든 생명과 함께 호흡하는 대지, 곧 ‘꽃밭’ 으로 전화하게 된다.

“천년하고도 또 천년 말없이 서 있는 엄니”라는 형상에 이르면 ‘엄니’는 시간까지 초월해 우주적 근원에 닿아 있는 신화적 존재로 승화된다.

시인의 어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계신다.

“어제는 서서 걸었고 오늘은 앉아서 걷고 내일은 누워서 걸을지”모르는 엄니는 그 고통의 시간도 살고 또 살아내는 존재, “걷고 또 걷는”실존이다.

이토록 강인한 모성적 힘들은 시인에게 삶의 이정표가 되어 생의 ‘구절’마다 환기된다.

“사월에 진달래 피고 시월에 구절초 피고 또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 피고 지고”'엄니‘는 그렇게 매 순간을 살아 시인에게 ’꽃‘으로 온다. 시인은 “산다는 건 고통을 달게 걸으며 슬픔이 말라갈 때 피는 꽃이라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꽃답다는 걸” ’엄니‘로부터 배운다. 시인에게 ’엄니‘는 이렇게 생을 통해 깨우침을 주는 교훈적 존재다. 양문규 시인의 시에서 아픈 엄니의 근원과 현실, 초월과 실존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엄니‘는 사그라져가는 육신을 가진 실존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마당 한쪽 덕지덕지 주근깨 검버섯 늦은 작약이”피듯 온갖 꽃을 품는 대지이자 꽃 그 자체로서 초월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꽃‘의 형상화라는 시적 의장을 통해 “전화벨이 우는 듯해 뒤를 돌아보니 요양원 건물 유리창이 모두 엄니 퀭한 눈동자 같”은 실존적 고통과 초월적 수용의 융합을 탁월하게 구현해낸다. 이런 시들은 특히 형식미가 뛰어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쉽게 읽히면서도 쉽지만은 않다. 헐거운 듯한 행간마다 의미와 정서가 팽팽한 밀도로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양문규 시인의 시를 꼼꼼히, 거듭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읽어가다 보면 어떤 삶이라도 수용하고 긍정하는 ’엄니‘의 숭고한 생애가 내면에 선명한 무늬로 새겨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비극조차 생의 한순간으로 품어 안는 시인의 심원한 시선은 존재의 허기 속에서 부유하는 우리에게 뿌리를 되찾아 줄 것으로 믿는다. 그 아프고도 따듯한 위무의 공간이 엄니 꽃밭 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집의 추천사에서 “우리 양문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엄니의 세상이고 그 엄니가 가꾸는 꽃의 나라, 꽃의 왕국, 엄니가 꽃이고 꽃이 엄니다. 시인은 굳이 효도니 효심이니를 말하고 있지 않지만 지극한 효심의 발로다. ’효가 백행의 근본‘이라는 고전적인 문장을 여기서 굳이 반복할 필요 없이 심히 부럽고 자랑스런 일이.”고 극찬하고 있다.

양문규 시인은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했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멋대로 생생. 여행에세이 길을 가는 자여 행복해라.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등이 있다.

현재 영동문학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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