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지(之)자 걸음 걷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절차

김헌태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02/10 [07:34]

갈지(之)자 걸음 걷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절차

김헌태논설고문 | 입력 : 2019/02/10 [07:34]

 

 

▲     © 세종타임즈

법률안 발의는 헌법 제 52조에 의하여 국회의원과 정부가 할 수 있다. 바로 의원발의 법률안과 정부발의 법률안이다. 국회의원이 입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는 10인 이상으로 하되 대표발의의원 1인을 명시하고 정부발의법률안은 대통령명의로 한다. 이에 따라 법률안의 제정과 개정과정은 법률의 입안과정과 국회의 심의의결과정, 법률안의 정부이송 그리고 대통령의 공포로 발효된다.

 

법률안의 제정과 개정절차에서의 첫 번째 단계인 의원발의 법률안을 만드는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국민의 여론이나 민원을 통하여 입법의 제정 및 개정의 필요성을 국회의원에게 알리고 또한 국회의원이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전문가 등에게 의뢰하여 의원의 법률안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국회 법제실의 검토를 거친 뒤 대표 발의자를 포함하여 의원 10인 이상이 찬성 발의로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 심의의결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국회의원은 법률안 발의 전에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관계전문가과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이는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발의되는 법률안의 문제점과 맹점을 짚어보며 가장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부발의안도 마찬가지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의 과정이 역시 중요하다. 졸속입법의 허점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2016년 제 19대 국회는 정부발의안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정신건강복지법 )을 졸속처리했다. 공청회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입맛에 맞는 일부 인사들만 제한적으로 추려 요식적 과정만 거쳤다. 관련 이해관계인들의 여론이나 의견이 대부분 배제 내지는 누락된 채 발의되어 당사자 대표와 의료관계인, 학계관계자들이 당시 보건복지위원들과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원들에게 허점 투성인 개정 법률안의 졸속처리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전달하며 정신보건법 개정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국민정신건강 10개년 계획을 표방하며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은 당사자나 전문가들의 간곡히 청원을 외면한 채 19대 국회 말 법사위에서조차 일사천리로 졸속 심의 처리되고 본회의의 요식절차를 거쳐 지난 2017년 5월 30일 전격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라는 개정취지와는 달리 강제요건만을 강화하고 탈원화 이후 돌봄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추진되어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우려하던 탈원화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입법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시행 2년도 채 되지 않아 단두대에 올랐다. 시행초기부터 이해관계인들의 개정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외면당한 채 임시방편의 법적용이 이뤄져 오히려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교차진단 문제도 당초 법안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입원적합성 심사 등 입원절차의 문제점도 심각하게 제기되어 왔다. 법에 명시된 2인 이상 교차진단은 준비미흡으로 2년째 표류하고 있다. 탈원화 유도를 위한 정책이 지역사회나 중간 돌봄 시설이나 주거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해 사회복귀 환경개선은커녕 오히려 각종 살인 사건발생이 잦아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사회적 문제점과 편견문제 등이 심각히 제기됐다. 급기야 지난 해 연말 고 임세원교수가 진료도중에 정신질환자에 의해 피살당하는 살인사건으로 이어져 급기야 국민적 충격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말았다. 졸속 입법화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낳은 후폭풍이라는 지적이 매우 거센 이유이고 재개정 이유이기도 하다. 부실한 공청회는 물론 각계 전문가나 이해관계인들의 간곡한 청원을 외면한 채 졸속 처리한 19대 국회 말의 산물로서 복지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드디어 2월 8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는 이른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가 정신관련 각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다양한 주제발표와 의견들이 개진된 가운데 우려의 시각도 팽배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통해 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든다며 안전하고 차별 없는 정신건강치료 및 지원체계, 재원대책 등이 제시했지만 구석구석 많은 문제점이 노정됐다. 사법입원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폐지, 준비가 미흡한 재탕의 탈원화 및 개방형 사회복지시설과 관련된 탈수용화 문제 등이 여전히 쟁점화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신질환자들의 인권 문제 등을 강조하면서도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차별 진료와 재정대책에 대한 파격적인 해결점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제시된 내용들도 기존에 제기된 내용들이 재탕, 삼탕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탈원화와 탈시설화를 촉진하는 방향이 골든 메뉴로 여전히 제시되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정신건강 시스템의 추진을 지속화하려는 탁상공론 우려도 제기됐다. 장애인복지법의 정신장애인과 개정법의 정신질환자의 양립개념에 대한 명쾌한 정리도 미흡했다는 평가이다.

 

특히 모두(冒頭)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번 공청회가 뒷북 공청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윤일규 의원 등 14명 의원이 1월 25일에 이미 19대 국회 말기인 지난 2016년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이 개정된 현행법이 적법절차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며 대폭 손질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유연한 의학적 판단과 적법한 법원의 판단을 도입하고 있다. 주요 골자 중에 하나는 중증질환자로 국한된 현행법의 정신질환자 개념을 경증정신질환자도 포함할 수 있게 보다 넓은 의미로 변경했다. 또 사실상 치료기능이 없는 정신요양시설을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삭제하여 일정한 유예기간 동안 개방형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인 이상 교차진단도 상호독립성만 유지하도록 한 내용 등이다. 공론화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여기에다 정신질환 이해관계자들은 당사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개정법안은 여전히 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 투성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또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는 탈원화 및 개방형 사회복지시설과 관련된 탈수용화 문제들이 입안될 경우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의 거센 반발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공청회도 입안된 법안이 제출된 이후에 요식절차만을 갖춘 채 진행되어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가득이나 기존 정신건강복지법이 졸속 입안되어 엄청난 시행착오와 부작용, 혼란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렇다. 물론 뒤늦었지만 개정추진에 따른 공감대는 형성되고는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의원 발의 후 공청회는 순서나 절차가 뒤바뀌었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후속 공청회에서도 보완점이 다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청회나 여론수렴과정이 요식적인 절차로만 생각하고 일부 의견만 수렴하는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된다면 이 역시 졸속추진이라는 역사적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세원법 입법은 그 유지와 취지에 걸맞게 안전한 치료환경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해소, 차별 진료 해소, 사회복귀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이 순리적으로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안 발의 후 공청회 개최라는 일련의 추진과정을 보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왜 이처럼 갈지(之)자 걸음을 걷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다양한 여론 수렴이 너무 중요하고 지난 19대 국회의 어리석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기본상식을 벗어나는 법 개정 절차에서 보여주는 불신과 우려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국민 전체를 위한 진정한 선진 정신건강시대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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